그런데 최근 이상한 소리가 금융권에서 들려온다. “월급 날이 다가올수록 세금을 얼마 더 내야할지 점점 궁금해진다. 이상하게도 최근 신문에서 연말정산 시뮬레이션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한 직장인의 토로다. 이유는 무엇일까. 연말정산 논란을 처음으로 꺼냈던 금융권에 최근 ‘대언론 함구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함구령의 주체는 금융감독원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께 연말정산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자 시중은행에 보도 경위를 알아봤다.
연말정산 관련 취재에 신중을 기하라는 골자다. 금감원이 나서서 구두로 개입하는 것은 시중은행에는 일종의 ‘경고’다. 구두 지시라는 전형적인 기존 감독관행을 활용한 셈이다.
과거 은행 영업점에 빨간 딱지를 스스럼없이 붙였던 서슬이 퍼런 금감원 지시에 시중은행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눈치다. 실제 시중은행은 언론의 연말정산 관련 취재에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정부가 금융당국에 일종의 ‘지령’을 내렸다는 소리도 들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금 문제가 국민에게 얼마나 중요한데 쌍팔년도 아니고 왜 함구령을 내렸는지 모르겠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금감원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마침 금융당국이 금융감독 쇄신안을 밝혔다. 금융사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지 않고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민간 기관인 금감원이 정부로부터 자신들의 ‘자율성’을 지키고 구두 지시라는 악습을 철폐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실천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금융부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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