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상담했던 32살 청년은 잘나가는 인터넷 포털 회사 대리였습니다. 연봉은 7천만 원이 넘는 수준이었지만 저축은 없었고, 마이너스 통장과 할부를 통해 구입한 외제차 한 대가 있었습니다. 1년 전 여동생 소개로 만난 그 청년은 당시 제가 제시한 저축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먼저 마이너스 통장을 다 갚은 후 저축을 해보겠다고 했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마이너스 통장은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더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도 상당수 경험한 일이겠지만 한 번 시작된 마이너스 대출 인생은 보통 각오를 가지고서는 마무리 짓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이너스 통장을 효율적으로 갚을 수 있을까요?
작년에 적금을 권했을 당시 이 청년의 마이너스 금액은 약 9백만 원이었습니다. 월 80만원을 1년 만기 적금으로 가입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그는 마이너스 대출 금리가 적금 금리보다 3% 이상 높은 상황이니 무조건 마이너스를 갚는데 주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적금을 넣는 대신 마이너스 통장에 두게 되면 이론상으로 3%의 이자가 이익이니 그의 결심은 저의 조언이나 설득이 들어갈 빈틈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1년이 경과되었고, 결과는 마이너스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금액은 더 늘어났습니다. 이론상으로 분명한 데 현실은 달랐던 것입니다.
이렇게 이론과 실제가 다른 것은 잘못된 이론 때문이 아니고, 이것을 실행해 나가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편리하고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적인 이론이 많이 탄생한 시대라고 하지만 이것을 실행하는 중심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세상의 변화와 상관없이 수 십, 수 백만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시대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별다른 수고를 보태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마이너스 대출을 사용하지 않고 매번 참아낼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습관에 지배당하는 것이 인간이고, 그런 인간은 머리로 이자를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몸이 편리함을 찾는 것입니다.
그에게 다시 한 번 월 100만원씩 1년 만기 적금을 권했습니다. 의지력이나 인내심에 의지하지 말고 강제로 저축하고 그 돈만큼 사용을 제한한다면 1년 후 대출을 전액 상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한 금리 차이보다 더 중요하고 힘있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막아내 쓰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적 강제성입니다. 돈을 소비하고 자제하지 못하는 습관의 중심에는 부족해도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강제로 막아낼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장님의 말씀대로 매월 받아서 직원들 스스로 적금을 들어 사용하게 되면 이자를 더 받을 수 있고, 급히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적금을 가입하긴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해약하거나 포기하게 되고, 인센티브로 1년 만에 받게 되면 비교적 큰 목돈을 가질 수 있게 되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회사가 그 돈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사용하지 않게 되어 이자를 받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산수를 잘하시는 분들이었다면 그 노조를 어용노조라 말하며 이해하지 못할 결정이었다고 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 앞에서 말씀드렸던 마이너스 대출을 갚지 못했던 청년과 다를 바가 없는 결과였을 것입니다.
이제 사회 초년생이 되신 2030 미생 동생 여러분은 이제부터 돈을 생각할 때는 이론이나 산수보다는 인간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셔야 합니다. 인내심과 의지력보다는 자신이 돈을 사용하려는 유혹을 사전 차단하는 원천봉쇄 재테크를 설계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인간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나도 그런 사람일 뿐이라고 인정할 때 제대로 시스템적 재테크를 설계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되는2030 재테크 시스템을 같이 설계해 보겠습니다.
■ He is…
푸르덴셜생명 이그제큐티브 라이프플래너 (현) / 한국MDRT협회 COT 멤버 (현) / 다음카페 '상승미소의 똑똑한 재테크' 운영 (현) /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저서-월급쟁이 부자들,경제공부의 바다에 빠져라,똑똑한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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