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지만 기업들의 배당과 투자는 '쥐꼬리'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의 현금성자산(현금 포함)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158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500대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2007년 말 94조5000억원에서 2008년 말 130조원으로 급증하고 2011년부터 150조원대를 유지했다. 2004년 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100조원이 늘어난 수치다.
현금성자산이 급증한 것은 기업들이 불확실한 대외 여건 등의 영향으로 투자를 꺼린데다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총설비투자는 2008년 100조원을 돌파했고 2010년 121조6000억원 규모로 증가한 뒤, 4년째 120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2013년 설비투자액은 123조5000억원으로 전년 128조3000억원보다 5조원 감소했다.
투자뿐만 아니라 배당이 주요국에 비해 작은 것도 현금성자산이 급증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기업들의 2014년 예상 배당성향은 23%로 주요국 중 가장 낮으며 세계 평균 40%를 훨씬 밑돌았다. 뉴질랜드(84%)와 호주(70%), 브라질(56%), 유럽연합(55%), 말레이시아(53%), 홍콩(51%) 등의 배당성향은 50%가 넘었다. 중국(32%), 일본(28%) 등도 한국보다 높았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에서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이 확대되고 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바닥권”이라며 "올해에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법안 시행 등으로 배당과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당기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나 임금, 배당 등에 쓰지 않고 사내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불확실성 대비 차원에서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투자나 배당을 하지 않고 쌓아두면 자금순환이 안 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이라며 "투자는 경기 회복에 따라 늘어나고 배당은 주주가치 차원에서 확대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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