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대외 호재가 국내 증시도 크게 끌어올렸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과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상 우려 완화 등 설 연휴 동안 발생한 호재들이 한꺼번에 국내 증시에 반영된 덕분이다.
코스피지수는 23일 전거래일보다 6.94포인트(0.35%) 오른 1968.39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976.96까지 올랐다. 4거래일째 연속 상승하며 작년 12월 9일 1970.95를 기록한 이후 1970선 돌파까지 눈앞에 두게 됐다.
코스닥도 전거래일보다 6.42포인트(1.05%) 오른 615.52에 마감했다. 설 연휴 전인 지난 16일(610.16) 6년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설 연휴 개장과 동시에 이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2008년 6월 16일(621.02) 이후 최고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업종별로 건설(1.71%) 유통(1.35%) 화학(1.08%) 증권(0.97%) 철강금속(0.81%) 등 내수주와 수출주가 골고루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1.61%) 현대모비스(2.26%) 포스코(1.31%) 등은 오른 반면 삼성전자(-0.73%) 현대차(-0.31%)는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채무 협상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라는 두 이벤트가 모두 무난하게 마무리돼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외 호재는 지난 주말 미국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으며 미국 나스닥지수는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증시도 1~1.5%씩 모두 상승했다. 특히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00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34.62포인트(0.73%) 오른 1만8466.92에 마감했다.
글로벌 증시 랠리에 힘입어 국내 증시에도 외국인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1279억원 순매수하며 1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금융투자업계는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낮아지면서 신흥국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대표적인 신흥국 펀드인 GEM(Global Emerging Market) 펀드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부터 따지면 무려 15주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보다도 가장 눈에 띄는 매수 주체는 연기금이다. 이날 기관투자가는 105억원 팔았지만 연기금은 649억원 사들였다. 연기금은 2월 한 달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꾸준히 매수세를 유지하면서 코스피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연기금이 이달 사들인 액수는 8000억원이 넘었다. 이는 외국인 매수세 7000억여 원을 앞지른 수치다.
전문가들은 연기금 순매수세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내건 정부 정책이 본격화하고 지난해 낙폭이 컸던 대형주들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전병득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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