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월 17일(14:5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SK그룹이 올해의 빅딜로 꼽히는 KT렌탈 인수전에서 중도탈락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재가 그룹 성장동력을 받춰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렌탈 인수전의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SK네트웍스는 지난 16일 마감한 2차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매각측이 가격수준을 높이는 가운데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현재 KT렌탈 인수전은 롯데그룹이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며 한국타이어-오릭스컨소시엄과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계와 IB업계에서는 현금 동원력이 충분한 SK그룹이 이번 KT렌탈 인수전에서도 중도에 포기한 이유를 최태원 회장의 공백에서 찾고 있다. 그룹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SK그룹은 2013년1월 최 회장이 자금횡령 혐의로 법정구속된 이후 조 단위 규모의 인수합병(M&A)에서 주춤했다. 호주 석유유통업체 유나이티드페트롤리움(UP)과 STX에너지(현 GS이앤알), ADT캡스 등 인수전에서 인수 초반부에 높은 관심을 보이다 중도하차했다. 2011년말 하이닉스 인수 이후 대규모 M&A는 중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 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할 부서로 지주사 SK 내부에 뒀던 G&G(글로벌라이제이션앤그로쓰)추진단이 최 회장 구속이후 사실상 해체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SK그룹 사정에 밝은 한 IB 관계자는 "회장이 직접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매물이나 사업을 물색해오면 이를 검토하고 실행에 옮기는 조직이 G&G추진단"이라며 "최 회장의 구속 이후 관련 기능이 각 계열사로 이관되고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의 글로벌성장위원회가 기능을 일부 이어 받았지만 사실상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M&A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 구속 이전 200여명에 달했던 G&G추진단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검토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SK그룹이 단행한 1조원 규모가 넘는 딜은 에너지 계열사인 SK E&S가 보유한 평택·김천·전북 등 발전소 3곳을 매각(1조1300억원)한 것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SK그룹내 대표적인 M&A 전문가로 꼽히는 박정호 부사장이 SK C&C 사장으로 선임된 배경 역시 그룹 차원의 대규모 M&A보다는 지배구조와 관련한게 아니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지분 32.9%를 보유한 SK C&C와 지주회사 SK의 합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0.02%에 불과하다. 또다른 IB 관계자는 "지배구조 이슈는 최 회장의 부재인 상황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최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최측근인 박 신임 SK C&C 사장에게 부여된 임무가 지배구조 해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