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때 현직 회장과 내부 경영진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CEO와 승계 후보 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임 공정성 논란과 내부권력화 가능성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CEO의 연임 여부를 먼저 결정한 후 본격적인 승계 추진에 나서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씨티은행과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번 개편 방안에 따르면 기존 CEO가 연임 희망 의사를 표명하면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가 기존 회장에 대한 그룹 경영실적 평가를 토대로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그룹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항목에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고객만족도, 조직운영 등 비(非)재무 성과도 포함된다.
KB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KB국민은행장, KB국민카드 사장, KB손해보험 사장, KB금융지주 부사장, 국민은행 주요 그룹장 등 경영관리위원회 구성원들도 차기 회장 후보로 우선적으로 검토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가 ‘정치금융’에서 벗어나 역량 있는 내부 인사를 포함한 인재를 발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배타적 승계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금융그룹 중에서 이 같은 CEO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한 곳은 없다. 과거 신한금융그룹이 도입했다가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주요 은행은 주주들의 승계 과정 참여를 전제로 현직 경영진 프리미엄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 시중은행은 상황이 다르다”며 “현직 CEO의 연임을 두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충돌할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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