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월 27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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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투자펀드(PEF) 소유였던 동양생명의 새 주인이 중국계 보험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회사 주인이 바뀐 이후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투자자들 관심은 신용등급 변동 여부다. 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 높은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회사들은 신용등급 등락이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의 새로운 주인으로 부상한 회사는 중국 안방보험그룹(安邦保險)이다. 안방보험은 중국 내 10위권 보험금융그룹으로 총자산이 126조원에 달하는 우량 회사다. 현재 동양생명의 자산총액 20조원과 비교하면 6배가량 크다. 동양생명의 현재 신용등급은 AA+로 우량등급에 속한다. 채권시장에서는 자금력이 탄탄한 외국계 보험사를 모회사를 맞게 되면 동양생명 신용등급이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신평사 반응은 시큰둥하다. "안방보험이 우량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동양생명 신용등급에 반영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동양생명의 기존 최대주주인 보고펀드가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지분매매 계약을 체결한데 대해 "인수합병(M&A)가 최종 성사되더라도 현재로서는 동양생명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안방보험에 대한 이 신평사의 평가는 보수적이다. 나이스는 "안방보험이 국내 대형 보험그룹 수준의 자산규모를 확보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급성장해 재무 안정성과 경영능력이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안방보험이 10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대형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혹독한 평가다.
지난 2004년 안방손해보험을 모태로 설립된 안방보험그룹은 설립 10년 만에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안방보험그룹은 안방보험그룹주식유한회사를 모회사로, 안방손해보험, 안방생명보험 등 보험사와 안방자산운용, 청두(Chengdu) 농상은행 등 자산운용업과 은행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내 3000여개 영업점을 갖추고 있고, 고객 수는 2000만명으로 파악된다.
최근 안방보험 그룹은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벨기에 보험사인 피디아(Fidea)와 로이드 은행(Delta Lloyd Bank Belgium)을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네덜란드 보험사인 비바트(VIVAT)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동양생명 인수 역시 안방보험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투자 중 하나다. 안방보험은 지난 2014년 우리은행 입찰에도 참여하는 등 국내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안방보험그룹이 동양생명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확정 상태다. 금융당국의 최종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금융당국이 동양생명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하면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업에 진출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동양생명 최대주주인 보고펀드는 지난 17일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보유지분 57.5%(6191만주)를 매각하는 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가액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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