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펀드보고서 中 ◆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에 비해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고도 사후관리는 전무해 펀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5년 수익률이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손실을 내고 있는 데도 판매사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
6일 매일경제신문이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판매사별 펀드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국내 주식형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82개 판매사 가운데 30개사(37%)는 펀드의 3년 수익률이 평균(3.82%)을 밑돌았다. 이 가운데 11곳은 3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투자자의 원금을 오히려 깎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판매 펀드의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판매사는 69개에 이르렀다. 증시의 후퇴에 따라 국내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평균이 마이너스(-5.36%)에 머무른 것을 감안해도 26개 판매사가 시장 평균보다 낮은 고객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북은행은 최근 3년간 판매 펀드(국내 주식형)의 평균 수익률이 -2.25%에 그쳐 전체 판매사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5일 현재 이 은행의 3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2.2%. 정기예금 투자자가 6.75%의 수익을 내는 동안 주식형 펀드 투자자는 오히려 2.25%의 손실을 입으면서 판매수수료까지 꼬박꼬박 지급했다. ING생명보험(-2.12%), 부산은행(-1.97%),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1.59%) 등도 같은 기간 투자자의 원금을 깎아먹는 결과를 냈다.
업권별 3년 수익률을 따지면 성과 격차는 더 심하게 나타난다. 은행·증권·보험업계의 2014년 판매펀드 수익률 평균은 은행이 -5.66%, 증권사가 -3.31%, 보험사가 -5.49%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3년 수익률은 은행이 1.07%, 보험사는 4.41%, 증권사가 7.69%로 최대 6.62%포인트 격차가 발생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들 판매사는 판매시점에 펀드를 고르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3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후관리'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 자산운용사 CEO는 "미국 판매사의 경우 고객이 보수적 투자성향을 갖고 있는 경우 10% 이상 손실이 발생했을 때 연락해 환매와 포트폴리오 변경을 권한다"며 "주기적으로 투자성향에 맞게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면서 설령 손실이 발생해도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보를 준다"고 말했다.
손실이 날 수 있는 투자상품 판매에서 판매사들의 '선구안'만큼이나 관리능력과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국내 판매사들의 현실은 앞선 사례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A은행 창구에서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한 직원은 "특별한 고객이 아닌 이상 판매 직원이 종전에 판매했던 펀드의 내역과 수익률을 기억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고객에게 펀드를 골라 주는 단계에서도 기대수익이나 선호보다는 지점에서 미리 입을 맞춰 놓은 상품을 관행적으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판매사들은 한국에 비해 낮은 판매수수료에도 고객의 기대수익·리스크 선호도에 기반을 둔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유럽 금융사들은 한발 더 나아가
[석민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