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임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 부총리 발언 이후 곧바로 장단을 맞추는 임 후보자의 입장이 잇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국회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9일 공개된 임종룡 후보자의 서면답변부터 논란이다. 임 후보자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대출 규제를 강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 후보자에게 서면을 통해 "향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LTV·DTI 규제 완화로 증가한 가계대출이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며 "LTV와 DTI 규제 강화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후보자는 "만약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가계의 실질적인 부채 부담이 증가하고 상환 여력은 낮아져 가계부채 관리에도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LTV·DTI 규제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임 후보자는 "현시점에서 LTV·DTI 같은 규제 수준을 강화할 경우 실수요자들의 자금 이용을 제약함으로써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최 부총리가 연일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금융권을 압박하자 임 후보자가 화답하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임 후보자의 서면답변은 금융권의 가계대출로 디플레이션을 막겠다는 금융위원장의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금융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금융권 대출을 늘려서라도 소비를 진작시켜 실물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밝힌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LTV·DTI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해 금융권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다른 장관은 몰라도 금융위원장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청문회에서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금융위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목적으로 독립적으로 설치한 기구인데 요즘 보면 기재부 정책에 사실상 종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금융위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4일 최 부총리가 "금융 부문에 뭔가 고장났다"면서 혁신을 강조하자 곧바로 다음날 임 후보자가 단장을 맡아 금융개혁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설령 LTV·DTI 규제 완화를 외치더라도 마지막까지 이를 방어해야 하는 부처가 금융위"라며 "금융회사
[송성훈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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