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이 공시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W모 전 사외이사 시급은 773만원을 넘어 시간당 보수가 가장 높았다.
지난 2013년 3월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그는 지난해 3개월간 근무로 받은 보수는 총 1160만원이다. 당시 W씨는 1시간 30분정도 간담회에 참석하고 거액을 챙겼다. 보수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773만원이 넘는 셈이다.
반면 시급으로 계산해 가장 낮은 임금을 받은 사외이사는 우리은행의 임성열 씨였다. 그는 예금보험공사 기획조정부장으로 우리은행에서 받은 임금은 270만원에 불과했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2만 5900원이다.
지난해'KB 사태'를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받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진·황건호·이종천·김영과 사외이사는 지난해 1~12월 이사회 등 회의에 참석한 보수로 1인당 8600만~8800만원을 챙겼다.
또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된 조재호·김명직·신성환 사외이사의 경우엔 각각 6000만~6300만원을 받았다.
연봉 외에도 사외이사들은 KB금융 임원들이 받는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회의에 참석하러 올 때마다 기사가 딸린 승용차가 제공되기도 했다.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연간 176시간 회의 참석을 한 보수로, 지난해 무려 9700만원을 챙겼다. 또 강희복·송명섭 사외이사는 각각 8200만원과 7600만원을 받았다.
외환은행 사외이사들의 평균 보수는 5920만원으로 국민은행 다음으로 높았다. 그 뒤를 하나은행(5660만원), 신한은행(4780만원), 씨티은행(4540만원) 순이었다. 기업은행은 공공기관 임원보수지침에 따라 사외이사들이 모두 3000만원씩 수령했다. 다만 근무시간 또한 20시간 안팎으로 짧은 편이었다.
우리은행은 평균 보수가 1451만원으로 공시상으로는 은행권에서 가장 적었다. 다만 이는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으로 우리금융 시절 받은 보수가 누락된 것으로 이를 반영하면 평균 지급액은 5000만원 내외로 추정된다.
지방은행의 경우 경남은행이 사외이사들에 평균 4760만원을 지급해 가장 많은 보수를 줬다. 이어 부산은행(4700만), 광주은행(4690만), 대구은행(4000만)이 뒤를 따랐다.
금융권 사외이사들은 보수뿐 아니라 건강검진 등 기타 부대지원에서도 특혜를 누렸다.
삼성화재는 사외이사 본인(350만원)과 배우자(150만원)에게 500만원에 상당하는 건강검진을 지원해줬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액 건강검진이다.
사외이사들이 속한 단체가 상당액의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이종천 KB금융 사외이사가 학회장을 맡은 한국회계학회는 사외이사로 선임된 2011년 이후 국민은행에서 8000만원의 기부금을 받는 등 KB 사외이사 관련 단체가 받은 돈은 무려 1억 8000만원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김기영 사외이사가 광운대 총장으로 있던 2012년에 광운학원에 2억원을 기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같은 특혜를 받으면서도 사외이사들은 본연의 역할인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역할은 없이 사실상'거수기'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공개한 13개 은행의 지난해 이사회 회의에서 경영진 의사에 상반된 의견을 제시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했다.
금융권 관계자는"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1998년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거수기로 변질되고 있다”며"이러한 데에는 능력 있는 사외이사 인재풀을 가둬 버리는 현 제도의 문제점이 한 몫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외국 금융회사에서는 성과가 우수하고 전문성이 높은 퇴직 임직원들을 사외이사로 임명하기도 한다”며"전문성 요건이 강화되려면 우선 결격 요건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도"현 규정상 은행이나 은행 자회사에서 2년 내 일을 했거나, 기술 제휴나 자문 계약을 체결한 회사에서 2년
그는 이어"사외이사 관련 규제들을 풀어 여러분야에서 일한 전문가가 사외이사로 발탁되기 쉽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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