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현대자동차 등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이같이 심의·의결했다. 작년 9월 현대차그룹 컨소시엄(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의 한전 용지 매입과 관련된 이사 7인 중에서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 2인(김원준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과 이우일 서울대 연구부총장)에 대한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날 배당 의결권은 논의되지 않았다.
올해 주총 안건 중에서 현대차는 사외이사 재선임건이 없고 사내이사인 윤갑한 현대차 사장 재선임건과 신규 사외이사 2인의 선임이 올려졌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사내이사의 경우 경영 안정성을 고려해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사 중에서도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사외이사의 재선임은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주주로서 적극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철학을 밝힌 셈이다.
김성민 의결권행사전문위원장(한양대 교수)은 "위원들은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의 삼성동 한국전력 용지 매입 가격이나 매입 결정의 적정성에 대해 논의했지만 기업 가치 훼손의 정도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기업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 이사들이 회사의 투자 여력, 매입 가격, 투자 효과 등에 대한 논의 없이 대표이사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fiduciary duty)'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의결권행사 전문기구인 ISS는 "한전 용지 매입 결정으로 현대차 컨소시엄 3사의 시가총액은 8조4000억원가량 날아갔다"면서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SS는 현대차 주총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현대차에 반대표를 던지지는 않지만 앞으로 배당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변화가 없을 경우 내년 주총에서 정의선 부회장 재선임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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