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4억원짜리 전세를 살던 직장인 권 모씨(36)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8000만원 올려달라고 해 고민이 깊다. 권씨는 “직장이 여의도라 멀리 이사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인근 마포구나 양천구도 너무 비싸 이참에 김포한강신도시 쯤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사버릴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전세대란이 극심해 지면서 서울·수도권 지역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셋집 구하기에 지친 세입자 중 일부가 기존 아파트나 미분양 아파트의 중소형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단 이번에는 전세금을 올려 2년 더 전세를 산 뒤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신규 분양시장을 두드리는 세입자도 눈에 띈다.
17일 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은 43.4%나 뛰었다. 올해도 1~2월 사이 0.5%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의 매매 전환이 활발해 지면서 매매값도 상승세다. 2012년 3.71% 떨어졌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2013년 -1.48%로 하락폭을 줄이더니 지난해는 1.75% 상승으로 돌아섰고, 올해도 두달 만에 0.27% 뛰었다.
매매의 중심은 역시 중소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거래된 아파트 42만2293가구 중 81.2%(34만2960가구)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이다.
중소형 미분양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수도권 내 전용면적 85㎡ 이하 미분양은 944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975가구)보다 40.9%나 줄었다.
청약시장에서도 중소형이 강세를 보이다 보니 건설사들도 수도권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잇따라 선보이며 경쟁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서울 중랑구 묵동에서 ‘e편한세상 화랑대’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12개동에 전용면적 59~96㎡ 719가구로 구성된다. 원묵초, 태릉초, 공릉중, 태릉고 등이 가까이 있어 교육 여건이 좋고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과 6·7호선 태릉입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현대건설은 다음 달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힐스테이트 백련산4차’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19층, 13개동에 전용면적 59~84㎡ 963가구로 구성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528가구다. 1~4차를 합쳐 4000여 가구 규모 ‘힐스테이트’ 브랜드 타운으로, 단지 바로 앞에 응암초가 있고, 명문 사립초등학교인 명지초와 충암초도 인근에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는 롯데건설이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롯데캐슬 골드파크3차’를 다음 달 공급한다. 지하 5층~지상 47층, 6개동에 1236가구 대단지로 전체 분양물량의 70%를 전용면적 59㎡로, 나머지 30%는 전용면적 84㎡로 구성했다.
수도권에서도 중소형 분양이 풍성하다. 경기 이천에서는 (주)한양이 ‘이천 증포새도시 한양수자인’(전용면적 72~84㎡ 974가구)을, 경기 의정부에서는 호반건설이 ‘의정부 민락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중소형은 대형보다 자금 부담이 덜하고 수요가 많아 인기가 좋다”며 “특히 최근에는 작은 집도 큰 집 못지 않은 혁신 평면을 선보이기 때문에 중소형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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