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3월 23일(14:4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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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감사한 외부감사인(회계법인)들이 두 회사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내 주목된다.
감사 결과에 ‘적정‘ 의견을 표시했으나 회사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감사보고서에 담았다. 상장회사의 외부감사인이 감사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회사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의미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두 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경영 성과를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재무제표 승인 등을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킬 예정이다.
감사보고서는 회계법인이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와 회사의 경영 환경(내부통제) 등을 감사하고 중대한 이상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 결과를 외부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자료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각각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 감사를 받았다.
감사보고서에는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4가지 의견이 나타난다. 적정은 재무제표에 특별한 이상사항이 없다는 의미다. 적정 이외 의견은 재무제표 상 수치가 크게 틀렸거나 숫자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의미다.
감사의견에서 적정 이외 의견이 나갈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다. 회계법인은 재무제표 자체에 이상은 없지만 앞으로 회사 경영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을 때 이를 감사보고서에 ‘강조사항‘으로 분류해 언급한다.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의 강조사항은 투자판단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삼일회계법인은 현대상선이 전반적인 수익성 하락에 시달리고 있으며 현재상황으로서는 차입금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영업 손실을 냈고, 누적된 손실이 결손금으로 쌓이고 있다"며 "해운업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영업활동을 통해 마련한 현금으로 대규모 차입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삼일은 특히 현대상선의 ‘우발부채와 채권단 약정사항‘ 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계법인은 "최근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자구계획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의 최종 결과에 따라 경영성과가 좌우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과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현대그룹이 약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 신규 대출을 끊고, 기존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기한이익 상실)할 수 있다.
한진해운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도 감사의견에 적정 의견을 표시하면서 주의사항을 언급했다.
삼정은 "한진해운이 해운업의 장기침체 국면을 극복하기 위하여 다각도로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해운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회사 재무상태나 경영성과 등이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외부감사인이 적정의견을 내면서 회사의 위험 상황을 강조하는 것은 앞으로 기업 재무상황이나 경영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의미"라며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감사보고서에 언급된 강조사항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한진해운은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채권은행과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유동성 확보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적자 운항 노선을 통폐합하고 일부는 철수했다. 연료비 등 비용절감 등도 추진 중이다.
현대상선도 지난 2013년 말부터 자산매각, 계열사 매각 등으로 3조3000억원 규모 유동성을 확보하는 자구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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