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직장인 김준태 씨(29)는 수년 전 사망보험금 1억원이 나오는 종신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료를 낼 때마다 회의감이 든다. 본인이 사망하면 나오는 사망보험금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정작 자신의 생활에는 별다른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라면 이 같은 고민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사망보장도 되면서 연금을 미리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이 출시돼 앞으로는 가입자 본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100세 시대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보험이 첫선을 보이는 셈이다.
신한생명은 사망 전에 연금 형태로 보험금을 일부 지급하는 '신한연금미리받는종신보험'을 다음달 1일부터 판매한다고 30일 밝혔다.
기존 종신보험은 가입자 본인이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정작 가입자는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선지급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35세 남성이 이 상품에 가입해 매달 21만1000원씩 20년간 불입하면 65세부터는 매달 20만원(연 240만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만약 가입자가 65세에 사망하면 피보험자는 사망보험금과 유족보상금 1000만원(가입금액 10%)을 합쳐 총 1억983만원을 받을 수 있다.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한 가입자가 84세까지 산다면 20년간 총 6158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가령 가입자가 84세에 사망하면 1947만원을 사망보험금·유족보상금으로 받게 된다.
이 같은 구조는 이 상품이 주택금융공사의 역모기지 상품인 주택연금처럼 특정 자산인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장수하거나 조기 사망할 경우의 리스크에 각각 대비할 수 있다. 기존에는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전환해 보험 자체를 바꿔 연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지환급금으로 연금보험에 재가입하는 구조여서 사망 시 수령액이 크게 줄어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이 상품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관련 태스크포스(TFT)에 참여한 5개 보험사 중 신한생명이 가장 먼저 출시한 것이다. 한화생명도 올해
한편 이 상품엔 납입면제혜택도 담겨 있다. 가입자가 6대 질병(특정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말기신부전증·말기간질환·말기폐질환)으로 진단받거나 합산장해지급률 50% 이상이 되면 다음회 이후의 보험료 납입이 면제된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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