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로 효력이 사라지는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연 30%대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 35%에 달하는 고금리 부담이 너무 크다는 소비자들 불만이 있다"며 "대부업법 최고이자율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소비자들과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도 대부업·저축은행 금리가 너무 높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이자율이 연 30%대로 내려가면 현재 연 34.9% 법정 최고이자율을 받고 있는 대부업체·저축은행 금리가 일제히 내려가 대부업체·저축은행 이용자들의 금리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부업체들은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모든 고객에게 연 34.9%의 최고 금리를 받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약탈적 영업을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 고객 예금으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들도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연 30%대에 육박한 고금리를 받아 비판적인 여론이 커졌다. 최고이자율이 내려가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금리가 내려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줄고 중금리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 내부 자료에 따르면 자금조달비용 3.02%에 마진을 1.5%로 가정했을 때 8등급 이하 차주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금리는 연 27.04%로 계산됐다. 9등급과 10등급은 무려 34.05%, 66.02%에 달한다. 최고이자율이 30% 수준으로 낮아지면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보다 조달금리가 훨씬 높은 캐피털, 저축은행, 대부업체들은 8등급 이하 차주들에게 자금 지원이 불가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실제로 대부업체들이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대출하는 비중은 2012년 2월 말 85%에서 2014년 6월 말 기준 77.7%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대부분 영세한 저축은행들은 여신심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이자율이 내려갈수록 리스크 관리가 힘들다"며 "최고이자율을 더 내릴 경우 취약계층은 민간(저축은행)이 아닌 정부가 직접 챙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고이자율 인하에 반발하는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의 속내가 결국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 단속과 시민의식 향상으로 인해 불법 대부업체가 많이 사라진 상태"라며 "러시앤캐시·웰컴론 등 높은 이익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업체들이 고금리 대출로 과도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권의 조달금리 차이를 반영해 최고이자율 상한도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일본에서 업권의 특성과 관계없이 연 20% 최고이자율 상한을 두면서 사채업 시장이 팽창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은행·저축은행 같은 수신기관과 대부업체 같은 여신기관의 최고금리를 다르게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제도권 금융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상반기에 추진하는 등 제도 개선에 정책 역량을 쏟고 있다.
임 위원장은 2일 열린 '맞춤형 서민금융 지원 확대를 위한 간담회'에서 "그간 많은 서민금융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민금융에 대한 외부 평가는 냉정한
임 위원장은 △성실 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타 부처 등과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저소득층 자활 지원 △취약계층별 촘촘한 맞춤형 지원 강화를 기본 방향으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배미정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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