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분석 ◆
과거에는 직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만이 유일한 상장 형태였지만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새로 생겨나고 재상장, 이전상장 등 코스닥 진입 창구가 다변화됐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최근 코스닥시장 IPO 활성화와 더불어 상장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스팩이 상장의 한 도구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재상장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처음으로 직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하는 등 시장이 벤처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반기업의 상장 청구 건수는 줄어들고 벤처기업들의 노크가 늘어나고 있다. 일반기업의 상장 청구 건수는 2010년 26건에서 지난해 11건으로 감소세다. 반면 모바일게임 등 성장 업종 변화로 신생 벤처기업들의 상장 청구가 늘면서 벤처기업은 지난해 25개로 일반기업을 2배 앞질렀다.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더라도 변화상은 뚜렷하다. 일반기업 상장 신청이 1건인 것과 비교해 벤처기업은 7건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스팩이다. 2009년 말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2010년 22개 스팩이 상장 심사를 청구했지만 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듬해 3건으로 크게 줄었다. 2012년에는 건수가 전무했고 2013년에도 3건뿐이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업체 선데이토즈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지난해 26개가 상장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평소 IPO를 하지 않던 소규모 증권사들까지 스팩 상장에 가세하면서 올 1분기에만 10개 스팩이 상장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5개는 이미 심사 승인까지 받았다. 박웅갑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심사부장은 "지난해 스팩 상장 건수가 미국과 캐나다를 앞지른 데 이어 올해도 세계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스팩으로 인해 인수·합병(M&A)이 양성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7월 출범한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사례도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지난해 6개 기업이 이전상장에 성공했고, 올 1분기에도 1개 기업(베셀)이 이전상장을 위한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올 한 해 8개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할 전망이다.
재상장 청구도 증가세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세제 혜택 일몰 시한이 올 연말로 다가오면서 작년부터 분할재상장 등 재상장 청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개 회사가 재상장됐고 올해 1분기에만 리홈쿠첸, 오스템임플란트, 에이텍, 심텍 등 4개 회사가 재상장 심사를 청구했다.
그동안 주춤했던 기술특례 상장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노포커스가 올해 처음으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며 포문을 열었다. 거래소는 올해 20개 기업이 기술성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2005년 3개가 최대로 매년 1~2개에 그쳐 벤처캐피털 업계의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기술기업상장부를 신설하고 평가 제도를 개편하는 등 문호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술특례 제도는 기술력은 있지만 적자인 '기술성장기업'을 위한 것으로 경영 성과와 매출액, 이익 요건(자기자본이익률 5% 또는 당기순이익 10억원 등)을 면제한다.
상장기업 수도 올해 100개를 넘을 전망이다. 하종원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유치부장은 "올 상반기에만 70개 기업이 심사 청구를 할 예정"이라면서 "100개 상장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중국고섬 사태 이후 발길이 끊긴 중국 기업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상장도 올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헝성그룹과 차이나크리스털뉴머티리얼홀딩스가 이르면 상반기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거래소는 내부적으로 올해 5개 해외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