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객장을 찾는 사람이 20~30% 정도는 확실히 늘어났습니다. 객장이 이렇게 활기를 띠는 모습이 참 오래간만이네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유일하게 증시 전광판이 있는 객장을 운영하는 대신증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 증권가 분위기를 이같이 말했다. 나이든 분이나 단골들만 가끔 보이던 종전과는 달라졌다.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을 쪼개서 객장을 찾고 상담을 위해 부스에 앉아있는 모습은 자주 눈에 띤다.
8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은행권을 이탈해 국내 증시로 급속히 몰려들고 있다. 하루 주식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고 투자자예탁금도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하게 불어나고 있다. 코스피가 역사상 최고점을 찍은 2011년 5월 2일(2228.96)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총합 거래대금은 9조 4682억원에 달했다. 코스피가 2050을 뚫은 8일에는 10조1488억원을 기록했다. 증시 하루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2년 9월14일(12조 3970억원)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작년 마지막 거래일 거래대금과 비교하면 차이가 엄청나다. 당시에는 겨우 5조3827억원. 불과 넉달 만에 80% 이상 늘어난 셈이다. 거래대금 증가는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거래대금 역대 최고치인 2011년 8월9일(16조2480억원)과는 차이가 있지만 당시에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조723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허튼 주장만은 아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대금 증가는 ‘1%대 금리인하→유동성 증가→증시 자금유입’이라는 사이클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살아나는 증시 덕에 투자자 예탁금은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돈을 빌려 주식을 거래하는 신용거래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예탁금은 거래를 위한 대기자금으로 투자자가 증권사 위탁계좌에 맡긴 돈이다. 이 돈이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연속으로 19조원을 넘어섰다. 예탁금은 올 초 15조~16조원 사이에 머물다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2월 18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잔고 역시 7일 기준 6조6867억원으로 이르고 있다. 역대 최고치(6조9128억원·2011년 5월2일)에 근접한 수치다. 일각에서 과열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아직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일평균거래대금(8조원) 비하면 신용거래는 아직 8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주식활동 거래계좌는 7일 2050만개를 넘어서며 최고치에 이미 올라섰다. 증시 주변자금인 MMF(머니마켓펀드)의 순자산총액이 5년 만에 110조원을 넘어서고, CMA(어음관리계좌) 수도 2012년 8월 이후 최다 수준을 보이는 등 증시 대기성 자금도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단기 부동자금이 800조원에 이르는만큼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999년 이후 기준금리와 코스피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기준금리가 인하된 뒤 상당 기간 저금리가 유지됐을 때 유가증권시장은 단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 안팎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5주 연속 상향조정되는 등 증시 기초체력이 강해졌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때문에 한국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코스피 1800~2100)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김영렬 교보증권 연구원은“2004~2005년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할때도 첫번째가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현상이 시그널이었다”며 “10년만에 찾아온 유동성 장세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를 탈환하기 전인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6%대까지 내려와 기준금리(1.75%)보다 낮다. 교보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를 1900~2250까지 올렸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워낙 낮으니 주식시장으로 돈이 들어올 수 밖에 없다”며 “외국인 자금 수급 여부, 기업실적 회복, 증시에 대한 신뢰가 받쳐주면 코스피 전고점 돌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스권 탈출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다. 코스피 2000을 넘으면서 시작된 펀드 환매 러시는 과거 수년간 경험했던 투자자들의 트라우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러나“2050을 돌파하면 오히려 코스피 추가상승을 기대하고
코스피가 닷새간의 상승세를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가 전거래일보다 소폭(0.02%) 떨어진 2058.87에 마감했다. 하지만 코스닥은 6일째 상승세를 이어 67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날보다 8.93포인트(1.34%) 오른 676.96으로 장을 마쳤고 670선을 넘은 건 7년 3개월 만이다.
[전병득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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