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보수 4배 내라"…상장 앞둔 기업에 지정감사제 악용

일부 회계법인이 상장을 앞둔 기업을 상대로 지정감사를 실시하면서 지나치게 높은 감사보수를 청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정감사를 받는 기업이 감사법인을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지난해 상장한 32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 전인 2013년 7만6000원이던 시간당 감사보수는 지난해 9만8000원으로 28.9% 상승했다. 특히 비씨월드제약은 시간당 감사보수가 2013년 7만4000원에서 2014년 28만2000원으로 무려 4배 뛰었다.
이 회사 회계감사를 맡았던 신한회계법인 측은 "적정 회계감사보수는 시간당 30만원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정감사 덕분에 적절한 회계감사보수를 받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계법인 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200대 기업에 대해 국내 4대 회계법인은 평균적으로 시간당 7만9000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비씨월드제약이 신규로 상장하는 과정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비씨월드제약과 비슷한 시기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제일모직도 시간당 감사보수가 11만6000원에서 16만7000원으로 44% 늘었다. 안진 측은 "감사팀의 집계 오류가 있었다"며 "정확한 투입 시간은 총 7484시간으로 시간당 단가는 13만3618원이 맞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상장된 슈피겐코리아도 7만4000원에서 11만4000원으로 54% 증가했다. 32개 회사 중 20곳이 시간당 감사보수가 늘었다.
일각에서는 상장 전 지정감사를 시행한 회계법인이 상장 후 회계 업무를 수임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이 변경되면서 회계법인들의 '갑질'이 심해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강다영 기자 / 용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