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4월 14일(16:3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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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저금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근로자들의 은퇴준비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이후 쓸 돈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대신, 은퇴자금 준비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퇴준비격차는 △2008년 21%포인트 △2010년 20%포인트 △2012년 18%포인트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그 만큼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적인 은퇴준비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피델리티와 최 교수팀은 지난 2008년부터 격년으로 은퇴준비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내용과는 상관 없이 조사 방식이나 통계 기법 등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우선 조사방식이 다소 애매모호하다. '대한민국 은퇴준비지수'라는 거창한 문구를 달았지만 발표자료는 물론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세미나 동안 조사표본 등 연구방법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 최현자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
하지만 조사내용을 보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출간된 '피델리리티 은퇴백서'에 따르면 자료의 기본이 되는 근로자들의 은퇴직전 연간 소득은 799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은퇴이후 목표소득은 4560만원이고 준비소득은 3479만원으로 은퇴소득격차가 13%포인트라고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23만1000원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2677만원에 불과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359만 8000원,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은 204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피델리티 은퇴백서에 나타난 근로자 연간소득 7993만원은 은퇴직전 소득이라고 하더라도 '삼팔선'과 '사오정' 조기 은퇴자가 적지않은 상황에서 좀처럼 피부에 와닿지 않는 수치다.
또 전체 표본의 가중 평균값이 아닌 중앙값을 활용했기 때문에 연령대별 분석에서도 통계적 유의미성을 다소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전체 근로자의 목표소득대체율은 57%로 집계됐는데, 연령대별로 나눈 목표소득대체율에서는 △20대가 53% △30대가 57% △40대가 54% △50대가 51%로 나왔다. 연령대별 인구 비중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중평균은 불가능하고, 단순히 산술평균을 해보더라도 54% 수준인데 연령대별 최고치인 30대의 57%가 전체 수치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팀 담당 연구원은 "각 요소값의 중앙값을 활용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균값과는 차이가 있다"며 "조사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통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앙값은 조사 표본이 적은 상황에서 최고치나 최저치의 값이 차이가 클 때 평균값보다 의미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표본대상이 많거나 연령대별 분석 등 세부적인 통계 비교에는 가중평균값을 활용하는 게 보다 적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수 자체보다는 지수의 추이를 살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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