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국내 회계법인을 통해 (주)한진이 보유한 자산에 대해 재평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 자산재평가로 (주)한진 주가가 상승하면 향후 그룹에 대한 조양호 회장 측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주)한진 지분 6.93%를 보유 중이다. 따라서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주)한진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번 자산재평가 작업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게 시장 분석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조 회장 측 (주)한진 지분가치는 547억원 규모다.
한진그룹은 작년 말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주)한진이 한진칼 주식 279만9161주(지분율 5.33%) 전량을 처분하고, 한국공항도 (주)한진 주식 26만5300주(2.22%)를 정석기업에 매각한 것. 이에 따라 한진과 한진칼, 한국공항과 한진 간 지분 관계가 각각 단절되면서 순환출자 고리 2개가 제거됐다.
이제 남은 과제로 지주회사 전환 전 한진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이었던 정석기업·(주)한진과 지주회사 한진칼 간 지분관계 정리 작업이 꼽힌다. 현재 한진칼에 대한 조양호 회장 일가 지분율은 22.92%로 높지 않아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추가 지분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조 회장 측이 지분을 각각 27.21%, 6.93% 보유하고 있는 정석기업과 (주)한진 지분을 활용해 한진칼에 대한 조 회장 지분율 상승을 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주)한진 자산재평가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한진이 보유 중인 대한항공 지분 7.95%를 어떻게 해소할지도 문제다. 공정거래법 지주회사 요건에서 자회사가 아닌 계열사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현재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31.46%를 보유한 모회사로, (주)한진은 보유 중인 대한항공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증손자회사에 대한 손자회사의 지분 추가 매입 작업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손자회사가 증손자회사(손자회사의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데, 지주회사 한진칼 손자회사인 (주)한진과 한진해운은 지분율 100% 미만인 증손자회사들을 다수 거느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분 매입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현금이 지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진이 이날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오는 7월이 시한인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정석기업(주) 합병 추진 사실을 부인했다.
▶레이더M(RaytheM.kr) 보도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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