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재무적으로 가장 큰 고민거리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꾸준히 들어오던 월급이 끊기고 연금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필요한 만큼 소득을 만들기는 어렵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14 한국 비은퇴가구의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은퇴하지 않은 가구의 예상 노후자금은 월평균 237만원이다. 하지만 이들 가구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한달에 94만원 수준으로 143만원의 격차가 발생한다.
3년전만 하더라도 5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으면 연 3.25~3.5%의 금리로 매달 130~140만원의 이자는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은퇴자들은 저축은행의 단리식 예금이나 새마을금고·신협 등 은행보다 이자율이 높은 곳을 찾아다니며 퇴직금을 굴려 노후자금을 만들었다.
하지만 1% 시대에서는 같은 원금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받아들어야 한다. 확정 상품으로는 생활자금 마련이 요원한 것. 대안으로 꼽혔던 보험사의 즉시연금도 비과세혜택이 사라지고 공시이율이 하락하면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준비 안 된 은퇴를 맞은 이에게 최후의 보루는 월지급식 펀드다. 월지급식펀드는 운용과 배분을 동시에 하면서 일정한 소득에 투자 수익까지 누릴 수 있도록 고안된 상품이다. 저금리·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는 월지급식 펀드가 펀드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1%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월지급식펀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2011~2012년 ‘반짝 인기’를 끈 이후 꾸준히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시장 확대를 노린 운용업계에서는 상품군을 확대하고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년전 2조원이 넘었던 월지급식펀드 설정잔고는 22일 현재 1조973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2년간 9217억원의 잔고가 줄었고, 올들어서만 1147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데는 수익률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53개 월지급식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2.46%. 아시아·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이나 선진국 하이일드채권의 비중이 높은 탓에 지난해 성과가 저조했던 것. 같은 기간 해외채권형 펀드가 3.3%의 성과를 거둔 것과 비교해도 초라하다.
이 때문에 채권펀드 일색이던 펀드의 유형도 자산배분·주식형·주식채권혼합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최근 1년간 성과가 좋은 펀드도 대부분 주식형·혼합형 상품이다. 특히 고배당주나 상장 인프라·리츠 등 수익자산에 투자하는 인컴형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피델리티월지급식글로벌배당인컴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A’은 최근 1년간 19.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3년 출시 후 누적유입액 5000억원이 넘는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펀드의 월지급식 버전이다.
연 4.8%(기준가 1000원 기준)의 분배금을 매달 지급하면서 안정적인 수익률로 투자자산도 불린 것.
아시아시장의 인컴자산을 투자대상으로 삼는 ‘JP모간월지급아시아퍼시픽인컴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A’과 ‘슈로더월지급아시안에셋인컴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종류A’도 각각 최근 1년 수익률이 11.58%, 11.49%로 양호하다. 모두 각 운용사의 아시아 인컴펀드를 모펀드로 둔 상품이다.
국내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월지급식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선택형)종류 A’도 1년 수익률이 10%를 넘었다.
월지급식펀드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것은 시장의 일시적인 등락이다. 투자한 국가나 자산의 부침에 따라 펀드 자산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승장이 오면 분배금 이상의 수익을 낼 수도 있는 것.
한 운용사 관계자는 “월지급식펀드는 주식형의 경우에도 인컴형 비중이 높은데 배당주 등 인컴자산은 시장 하락기에도 다른 주식에 비해 방어력이 좋아서 하락폭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모주와 하이일드채권에 동시 투자해 높은 수익률로 인기를 끈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도 월지급식 형태로 나왔다. 한국채권투자자문은 최근 월지급식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투자일임형)를 출시했다. 높은 금리를 주는 BBB+등급 이하의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면서 기업공개(IPO)에서 공모주의 우선적으로 분배받아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4월부터 운용한 계좌는 수익률이 20~30% 수준이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본부 상무는 “월지급식 인컴펀드는 시장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 5~6%의 인컴을 꾸준히 지급해 주기 때문에 저금리에서 적합한 투자상품”이라며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데다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리면서 월지급식펀드가 노후대비의 해법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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