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이 자회사 한섬피앤디의 지분을 절반 가량 매각했다는 소식에 시장이 환호하고 있다. 골칫덩이였던 적자 자회사를 떼어내기 위한 잰걸음에 주가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섬 주가는 전날보다 4.37% 오른 3만46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6.5%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날 한섬이 보유 중이던 자회사 한섬피앤디 지분 477만주(66.2%)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30만주(31.8%)를 처분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들썩인 것이다. 매각 상대방인 정재봉 전 한섬 회장은 지분율이 23.6%에서 55.4%로 늘어나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았다.
무엇보다 이번 매각으로 한섬 실적 악화의 주범이던 한섬피앤디가 연결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이 회사 주가를 밀어올렸다. 2008년 인적분할로 설립된 한섬피앤디는 한섬의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 임대·개발사업을 맡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5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남해 골프장 사우스케이프아너스클럽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리조트 신축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섬이 남은 34.4%의 지분까지 처분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제기돼 적자 계열사와의 분리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날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려잡은 가운데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높은 4만4000원을 제시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27%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평가다.
한섬은 이번에 지분을 팔아치우면서 매각차익도 두둑이 챙겼다. 작년 말 기준 한섬피앤디 지분 66.2%의 장부가치가 약 1002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번에 처분한 31.8%의 가치는 약 481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한섬이 이번 매각대금으로 800억원을 챙겼다는 것은 약 319억원의 차익이 발생했음을 뜻한다. 잔여 지분을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섬피앤디가 연결에서 제외되면서 한섬의 주당순이익(EPS)이 2~3% 가량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향후 잔여 지분 매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