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채권시장의 오랜 불법행위인 '메신저 거래' 뿌리 뽑기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법규를 위반해 채권 거래를 한 교보악사·대신·미래에셋·한화·KB자산운용에 대해 회사에는 기관주의를, 관련 본부장급 임원들에게는 견책 징계를 내렸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기관 조치는 없고 펀드매니저들이 견책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이 단순 경고성인 기관주의와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내린 데는 일단 업계 내 오랜 관행이긴 하지만 더 이상 불법행위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채권 메신저 거래에 대해 징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이 이번에 제재한 채권 거래는 채권 펀드매니저들이 메신저를 통해 중간 매매자(브로커)들에게 직접 주문을 내고 거래하는 행위다. 그동안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이 같은 거래가 관행처럼 퍼져 있어 '그들만의 리그'로 알려져 있었다. 메신저로 자신들이 아는 등록된 이들과만 거래하다 보니 관련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펀드매니저가 채권 등을 거래하기 전에 펀드별로 배분 비율을 정하는 등 투자계획서를 만들어 회사 내 전문 트레이더를 통해 거래하게 돼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이런 법규가 잘 지켜지는 편이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여전히 채권 펀드매니저가 사전에 메신저를 통해 거래(사전 자산배분 절차 위반)하고 형식적으로 적법 절차를 행하는 것처럼 해 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이런 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힌 후 7개 자산운용사를 표본으로 먼저 조사했다. 그 결과 6개 운용사에서 위법 행위가 적발돼 이번에 제재를 가하게 됐다. 금감원의 이번 제재 결과는 다음달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을 거쳐 확정된다.
금감원에서는 관련 조사를 전 운용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와 징계는 일회성이 아니고 업계 악습을 뿌리 뽑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서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관련 업계 의견들을 청취하면서 애로사항들을 취합한 후 조만간 개선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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