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6월 3일 30년 만기 3000억원 규모 코코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코코본드를 발행한 은행은 신한·기업·농협·부산·전북은행 등 총 5곳, 발행금액은 총 1조3800억원에 달한다. 코코본드 발행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계하면 9개 은행이 총 4조4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잇달아 코코본드 발행에 나선 것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바젤Ⅲ 규제에 대비해 자본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코코본드는 특정 조건(부실 금융사 지정 등)이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부여돼 있어 바젤Ⅲ 체제에서 자본으로 인정된다.
국내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은 은행권 구조 재편과 수익성 악화가 겹치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14.0% 수준으로 전년 말 대비 0.53%포인트 하락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코코본드 발행에 나선 은행들은 기업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BIS 비율이 1%포인트 내외로 하락한 곳들이다. 신한은행은 0.85%포인트, 우리은행은 1.27%포인트, 농협은 0.74%포인트씩 각각 하락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바젤Ⅲ 규제가 적용되면 기존에 발행한 자본증권(후순위채 등)이 자본으로 인정받는 비율이 점차 줄어들게 돼 BIS 비율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에만 총 3조4000억원 규모 자본증권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인해 발행금리가 낮아진 점도 코코본드 발행 러시에 영향을 미쳤다. 코코본드는 유사시에 투자자가 투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만큼 발행금리가 다른 채권보다 2~3%포인트가량 높은 편이다. 주식으로 전환되면 투자자는 채권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상각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가 1.75%로 내려가고 시장금리도 하락하면서 예전보다 낮은 금리로 코코본드 발행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전북·농협·부산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는 지난해 발행분에 비해 동일 만기 기준으로 금리가 0.5%포인트가량 낮아졌다.
또 최근 안전성을 추구하던 기관투자가들이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 상품을 찾지 못하면서 코코본드 투자 수요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도 호재다.
국채금리 하락 이후 주로 A급 회사채를 매입해오던 연기금·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 수요가 회사채 금리마저 2%대로 떨어지자 고금리 코코본드에 몰리고 있는 것. 지난달 10일 기업은행이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코코본드는 개인투자자들 관심까지 몰리며 '완판'에 성공했다.
박성원 KB투자증권 상무는 "올해 후순위채권 만기가 대거 돌아오기 때문에 코코본드 발행을 준비하는 금융사가 많을 것"이라며 "기관투자가들 관심이 높아 당분간 코코본드 발행 열풍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류찬우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올해 하반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코코본드 발행금리도 따라서 올라갈 확률이 높다"며 "미리 발행
■ <용어 설명>
▷ 코코본드 : 조건부자본증권(contingent convertible bond)의 약자. 평소에는 채권이지만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급락하거나 공적 자금을 투입할 만큼 은행이 부실화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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