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곳곳에 모여 투자 성공담을 나누고 투자 종목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2013년 10월부터 작년까지 이어진 증권사 구조조정 한파에 거리로 내몰렸던 증권업계 종사자들이다.
수천만~수억 원대 퇴직금을 싸들고 공동 임대 오피스텔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던 소위 '애미(애널리스트 출신 개미)'와 '매미(펀드매니저 출신 개미)'가 최근 증권가의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성공적인 전업투자자로의 변신과 대박 스토리가 여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오피스빌딩에서 굴리는 자금만 2조원이 넘는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기 직전인 2006~2007년과 주가가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2011년 전후에도 일부 매미와 애미들이 활동했으나 최근 들어 본격적인 '애미·매미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미·매미들의 재탄생은 2013년 10월부터 작년 말까지 증권업계가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조조정한 데서 출발했다. 동양사태 여파로 임직원 수를 858명 줄인 유안타증권,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으로 647명의 인력을 감축한 NH투자증권부터 삼성증권(572명) 한화투자증권(524명) 대신증권(493명) 현대증권(309명) 등으로 이어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당한 이들이다.
증권업계는 2012년 이후 증권사에서 퇴직한 직원들이 5000여 명에 달하고 이 중 20~50%가량이 전업투자자로 변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미와 매미 투자자가 최대 2500명가량 새로 늘었다는 얘기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팔자'가 바뀌면서 증시 활황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최근에는 스스로 증권사를 나와 전업투자가로 변신한 사람도 흔치 않게 나온다. 개별종목 장세에서 포트폴리오를 널리 분산하고 대형주까지 많이 담은 증권·운용사들보다는 필요에 따라 일부 중소형주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개미의 수익률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빌딩에 둥지를 튼 애널리스트 출신 A투자회사 B대표(남·50)는 "이번 장세에서 'MBC:M(Mobile·모바일게임) B(Bio·바이오) C(Cosmetics·화장품)'에 투자한 애미와 매미들은 대부분 돈을 쓸어담았다"며 "특히 하락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증권사 팀원급의 젊은 사람들이 중소형주 돌풍에 편승해 이들 종목에서 고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같은 애미와 매미라도 연령대별로 투자 행태가 갈린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증권사 팀장급, 임원급 이상까지 올라갔던 사람들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종목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고평가 업종에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반면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일수록 밸류에이션과 관계없이 증권사 신용, 스톡론과 같은 빚을 내서까지 '달리는 말'에 올라탔다.
S트레뉴빌딩에서 10명 남짓의 전업투자자들과 함께 사무소를 운영하는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43)는 "반짝반짝 날아오르는 화장품·바이오·헬스케어주를 담은 사람들의 성과가 가장 좋다보니 새로 진입한 젊은 친구들이 주로 대박을 터뜨렸다"며 "이 사무실 운용규모는 600억~700억원 정도로 두 자릿수, 세 자릿수 수익률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 상대적 박탈감도 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사무소에 들어가보니 기업탐방 스케줄로 빼곡하던 달력은 비어 있고, 사람들이 컴퓨터 화면에 몰두한 채 앉아 있었다. 사무소의 막내인 A씨는 "기업 스터디는 평소에 해야지 지금 같은 상승장에서는 모니터 앞에 붙어 있는 게 가장 돈이 된다"면서 "평소에는 전국 각지에서 기업설명(IR) 담당자들이 직접 오피스텔로 찾아오기도 해 일정이 빡빡하다"고 말했다. 반면 애미·매미와 달리 투자자문사를 차리고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전직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의 표정은 밝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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