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열풍이 불면서 증권사들의 수수료 책정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스팩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증권사들이 앞다퉈 스팩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상장 인수 수수료 이외에 인수·합병(MA&) 성공 시 합병자문 수수료까지 비싸게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1기 스팩 때에는 합병자문 수수료를 따로 챙기지 않던 증권사들이 2기 스팩의 성공 사례를 본 이후 추가 이익 창출을 위해 합병자문 수수료까지 두둑하게 챙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확인한 결과 2기 스팩 중 현재 가장 높은 수수료를 매긴 곳은 KB투자증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사인과 합병한 KB제2호스팩은 공모금액 148억원의 3.5%인 5억1800만원을 인수 수수료로 책정한 것 이외에 5억원의 합병자문 수수료를 따로 받기로 했다. 전체 공모금액의 약 7%를 KB투자증권이 고스란히 수수료로 가져가는 셈이어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팩의 특성상 합병 이전 스팩 상장 업무는 간단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의 경우 상장할 때에는 단순한 서류작업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직상장 기업처럼 인수 수수료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인수 수수료에 합병자문 수수료가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하는데도 합병 수수료를 1억원 이상 받는 것은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큐브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한 우리스팩2호(NH투자증권)는 공모금액 130억원의 3.0%인 3억9000만원의 인수 수수료와 함께 2억원의 합병자문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콜마비앤에이치와 합병한 미래에셋제2호스팩(미래에셋증권)은 공모금액 130억원의 3.0%인 3억9000만원을 인수 수수료로 챙기면서 1억5000만원을 합병자문 수수료로 책정했다.
우성아이비와 합병한 하나머스트스팩(하나대투증권)은 공모금액 50억원의 4.0%인 2억원을 인수 수수료로 매긴 데 이어 1억원을 합병자문 수수료로 받는다. 다만 합병자문 수수료는 하나대투증권과 또 다른 발기인인 머스트투자자문이 나눠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합병자문 수수료를 챙기는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받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수수료가 높아지면 합병 대상 기업으로 가야 할 자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수수료에 대한 규정이 없는 만큼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서 "증권사들이 이런 추가 수익을 노리고 스팩 상장을 늘리고 있다"고
스팩 열풍을 타고 올 들어서만 16개 스팩이 코스닥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거래소는 올해 최소 25개 이상의 신규 스팩이 상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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