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씨가 얻는 투자 수익은 기대했던 1억2000만원 대비 60% 수준인 7000만원 정도뿐이다. 매매차익 중 15.4%를 원천징수한 데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서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세금 26.4%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달 1일부터 종합소득세 신고가 시작되며 해외투자랩(WRAP) 상품이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국외투자를 할 때 해외투자랩이 유사 상품 국외펀드보다 절세 효과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57억원에 불과했던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 랩 어카운트 잔액이 지난달 말 기준 1325억8000만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임유랩-후강퉁장기성장'은 올해 들어서만 722억원어치가 판매됐고 '아임유랩-후강퉁고배당플러스' 잔액도 155억원 늘어났다.
하나대투증권 '하나 중국1등주 랩'과 '하나 중국본토 1등주랩' 상품에 연초 이후 각각 140억원과 550억원이 유입되면서 해외 주식랩 잔액이 700억원 이상 불어났다. 삼성증권(600억원)·미래에셋(255억원)·NH투자증권(194억원) 등 주요 5개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잔액은 연초 대비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최소 가입금액이 3000만원 안팎인 해외 투자랩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자산가들이 '과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액 자산가들은 종합소득세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현재 적용되는 종합과세 비율은 합산소득 4600만원을 초과할 때 26.4%, 8800만원 초과 시 38.5%, 1억5000만원을 넘으면 41.8%까지 부과된다. 근로소득과 금융소득이 억 단위인 자산가들은 대부분 15.4%(소득세 14%+지방세 1.4%) 원천징수에 다시 26.4%(41.8-15.4%) 과세를 피하지 못하는 셈이다.
대조적으로 해외 주식랩은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세 22%만 내면 과세의무가 종료되며 양도소득 기본공제로 연 250만원 공제 혜택까지 있어 해외펀드를 대체할 수 있는 절세상품으로 꼽힌다. 최고세율
해외주식신탁 상품도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해외주식 랩과 신탁은 해외주식 직접 투자와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세만 적용돼 전문가들에게 운용을 맡기려는 자산가들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소액투자자에게는 해외펀드가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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