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장 과열로 국내 M&A 시장 플레이어가 늘어난 만큼 향후 국내 PEF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는 해외 PEF에 비해 몸집이 크게 작아 M&A딜에 적극 나설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M&A 정보에도 매우 취약한 상태다. 5일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국내 PEF 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0조7000억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국내 M&A 시장도 아시아처럼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PEF 투자 규모 급성장은 공급 측면에서 M&A 시장 기업 매물이 늘어난 데 1차 이유가 있다. 기존 기업 오너들이 PEF에 대해 과거 론스타 등으로 대표되는 '먹튀 자본' 인식에서 벗어나 기업 인수 파트너로 인식을 전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한국 기업을 노리는 국내외 PEF '실탄'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 PEF들의 '드라이파우더'는 1320억달러(약 142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드라이파우더는 기관투자가들이 PEF에 출자하기로 한 약정액에서 실제 투자집행 금액을 뺀 금액으로 투자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돈이다. 그만큼 기업 매물을 노리는 대기 자금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기업 M&A 자금으로 활용되는 대출인 인수금융 여건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칼라일은 지난해 초 ADT캡스를 인수하며 총인수대금 2조650억원 중 1조2950억원을 국내 연기금과 금융기관에서 인수금융을 받아 충당했다. 칼라일이 최근 ADT캡스 인수금융을 차환(리파이낸싱)하며 제시받은 금리는 연 4.0% 수준으로 당초 대출금리 연 5.6% 대비 1.6%포인트나 절감하게 됐다.
이런 수요·공급이 맞물리며 국내외 PEF들은 올해 국내 PEF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베인앤드컴퍼니가 아·태지역 PE 임원 145명을 대상으로 한 '올해 한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얼마나 많은 투자를 예상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64%가 전년 대비 10% 이상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이 손꼽은 투자 매력 업종은 소비재(중복 응답·비율 33%) 전자상거래·인터넷(17%) 헬스케어(28%) 등이다. 이 밖에 최근 모바일 상거래 시장이 예상외로 급성장함에 따라 전자상거래 기업이, 인구 고령화와 소득 증대에 따른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헬스케어 업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PEF들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베인앤드컴퍼니의 '올해 한국 내 가장 큰 시장 경쟁 상대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태지역 PE 임원 중 24%는 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라고 답했다. 지난해 실시한 동일 설문·동일 답변 비율이 0%로 전무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M&A 시장에 기업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했다는 점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롯데그룹 승리로 돌아간 KT렌탈 인수전이 대표 사례다. PEF들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라는 파고를 넘긴 뒤 차근차근 체력을 비축한 기업들과 M&A 시장에서 힘겨운 경쟁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국내외 기업 외에 해외 PEF라는 또 다른 '적'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
국내 대형 PEF 대표는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매물은 국내 PEF가 단독으로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국내 PEF도 덩치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기업 인수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생산성 증대·비용 절감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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