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생명보험사 콜센터에 30대 남성 A씨의 민원이 접수됐다. 내용은 23개월 동안 유지한 종신보험을 취소해 달라는 것. A씨는 “저축성 보험에 가입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종신보험 이었다”며 보험사 측 불완전 판매를 주장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불완전 판매 소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A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원 해결이 안 되자 A씨는 신문사 기자들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국 A씨의 집요한 요구에 보험사는 계약을 취소하고 그간 받은 보험료를 모두 환불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A씨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그동안 낸 보험료에 대한 이자와 정신적 피해 보상도 요구하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계약을 취소해 달라며 막무가내로 생떼를 쓰는 이른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 때문에 보험사와 설계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원이 많고 적음에 따라 금융당국으로부터 계량적 평가를 받는 탓에 때론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속아주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A씨 사례의 후일담을 해당 보험사에서 들어보면, 아내 몰래 든 보험 때문에 악의적인 민원으로 이어진 경우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남편이 아내 몰래 보험에 가입했고 이를 알게 된 아내의 성화에 못 견뎌 억지 민원을 넣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 등에서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다 보니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며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민원이 부쩍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사에는 자필 서명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계약 당시 10장이 넘는 서류에 자필 서명을 하고 “나도 모르는 계약에 내 서명이 있는 게 말이 되냐”며 딱 잡아떼는 식의 민원이다. 결국 해당 보험사는 계약을 취소하고 그동안 받은 보험료를 모두 토해냈다고 한다.
보험사 관계자들은 이런 블랙컨슈머 때문에 적잖은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계약 한 건 체결까지 설계사 비용을 비롯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계약 관리 노력까지 모두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업계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금감원에 ‘블랙컨슈머 관련 생명보험업권 검토·건의 자료’를 만들어 블
이에 대해 금감원은 “악성민원 기준은 원칙적으로 민원내용이 수용 불가능한 건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민원내용이 정당성을 갖고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악성민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회신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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