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3년 넘게 열심히 돈을 모아서 종잣돈 1억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종잣돈을 굴리려고 하니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주식은 박스권에 갇혀서 수익률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고, 그나마 안전한다는 채권은 떨어지던 금리가 반등세를 타면서 리스크(Risk)가 높아진단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증시에 넣으려고 해도 너무 올라서 ‘상투’를 잡을까 무섭다. 그렇다고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원자재·인프라 펀드 등 무슨 상품인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선뜻 투자하기가 겁난다.
투자자라면 한 번쯤 맞딱드릴 상황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전문가들이 ‘금융시장이 변곡점에 왔다’고 입을 모으는 때엔 투자처를 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주식, 채권, 원자재 등 시장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시계 제로(0)’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5개 국내 대형 증권사에 ‘1억원을 투자할 경우 알맞은 포트폴리오를 짜달라’고 부탁했다. 투자자의 성향은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일정 수준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성향을 가진 고객으로 가정했다.
‘국내주식 3200만원, 국내채권 2200만원, 금융상품 1500만원, 해외투자 3100만원. 철저한 분산투자.’
5개 증권사가 추천한 포트폴리오를 다시 분석한 끝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각 투자자산별 비중은 증권사들이 추천한 비중을 평균한 값으로 정했다. 회사별로 관점이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국내 주식에 대해선 자산의 30% 이상을 투자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7% 정도의 투자비중을 정한 KDB대우증권을 제외하면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코스피가 4년만에 박스권 돌파를 노리는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시도할 만 하다는 것이다. 건설·증권 등 경기민감주와 지배구조 관련주, 고배당주를 주목하라는 귀띔이 대부분이었다. 직접 투자에 뛰어들지, 펀드 등 간접상품을 활용할지 여부는 투자자 성향에 맞춰 정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김성봉 삼성증권 포트폴리오 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 및 기업이익 개선세로 한국 증시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혜택을 볼 경기민감주와 그동안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지배구조 관련주를 적당히 나눠 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 증권사는 국내 채권에 대해선 20% 이상의 투자비중을 추천했다. 비중을 가장 낮게 잡은 KDB대우증권도 9%를 추천했다. 세계 각 나라가 아직 경기 부양책을 집어넣을 때가 아닌 만큼 한국 기준금리도 한 차례 이상 더 내릴 가능성(채권가격은 뛴다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대신 채권 가격 변동성이 높아진만큼 AA급 우량 회사채나 물가연동 국고채 등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성영 대신증권 리테일상품팀장은 “아직 채권에 대한 관심을 접을 단계는 아니다”며 “대신 금리상승 위험에 최소한 노출된 상품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의견이 가장 엇갈린 분야는 금융상품이었다. KDB대우증권은 CMA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위주로 30%가 넘는 비중을 두었다. 김경식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팀장은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는만큼 보수적인 성향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증권사들은 10% 안팎의 비중을 두었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끈 지수형 ELS와 부동산·원자재·인프라펀드 등으로 위험을 적절히 조절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한 가지 특이한 부분은 해외투자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30% 넘게 나온 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의 단순한 구조만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할 시기는 지났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한 만큼 철저한 분산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지역도 미국·일본·중국·유럽 등으로 다양하게, 투자처도 주식과
[손동우 기자 /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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