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내츄럴엔도텍 사태가 바이오·헬스케어주 돌풍에 찬 물을 끼얹으면서 모처럼 훈풍이 불던 주식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올해 상승장을 이끄는 두 축이었던 헬스케어주와 소비재주 가운데 한 쪽 날개가 꺾이자 추진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는 두 업종 가운데 변동성과 위험이 높은 헬스케어보단 그나마 안정적인 소비재가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액면가를 10분의 1로 낮춰 증시로 돌아온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의 귀환이 조정을 겪던 소비재주 반격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28개 소비재 펀드(합계 설정액 1조5226억원)은 연초 이후 지난 8일까지 평균 8.88%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헬스케어 수익률 13.5%보다는 한참 낮고, 최근 1개월간 0.04% 마이너스를 기록해 제자리걸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비 테마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라며 ‘꾸준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과열에 따른 조정이 현실화되고 있긴 하지만, 시장 불안감이 높을수록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입증해온 소비재 펀드 이외에 마땅한 대안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 2대 부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이 내수 기반의 고성장을 장기간 유지할 전망이라는 점이 소비 테마의 유효성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소비재 펀드는 늘 시장 평균수익률을 앞섰다. 소비재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 18.8%, 2년 수익률 24.6%, 3년 수익률 40.0%, 5년 수익률 74.2%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1년 7.1%, 2년 6.1%, 3년 6.1%, 5년 22.9%보다 높다.
개별 종목을 발굴하는 액티브 펀드보다도 업종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국내 대표 소비재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미래에셋TIGER생활소비재ETF’의 경우 연초 이후 38.9%, 1년 73.8%라는 안정적인 고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KODEX소비재ETF’와 ‘미래에셋TIGER중국소비테마ETF’도 각각 27.2%와 26.1% 수익률로 다른 소비재 펀드 성적을 압도한다.
이 ‘미래에셋TIGER생활소비재ETF’는 음식료와 가정·개인생활용품 기업을 선별한 에프엔가이드 생활소비재지수를 추종하며, 지난 11일까지 주요 편입 종목에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오리온, CJ제일제당 등이 있다. 마찬가지로 ‘TIGER중국소비테마ETF’도 에프앤가이드가 산출한 중국내수 테마지수를 따라간다. 이 지수는 중국 내수 성장의 수혜를 받는 국내 소비재들로 구성돼 있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오리온, CJ CGV 등이 해당 종목들이다. 소비재 ETF와 펀드가 단순히 특정 산업에만 투자하는 섹터 펀드로서 성격보단 하나의 테마 펀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장은 “특정업종(섹터) ETF의 경우 펀드와 달리 하나의 종목에 대해서 최대 30%까지 투자를 허용하기 때문에 10%로 제한한 공모형 펀드보다는 수익을 내기 유리하다”며 “가령 생활소비재 ETF의 경우 아모레퍼시픽을 24%, LG생활건강을 16% 정도 담고 있어 화장품주 강세 수혜를 많이 누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CJ CGV가 중국 성장 기대감과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 흥행 등으로 2004년 상장 이래 첫 상한가를 기록하고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가운데 이런 종목을 많이 담은 중국 소비테마 ETF의 수익도 함께 고공비행하고 있다.
한편 수익률 상위 3개 소비재 펀드도 모두 중국 소비재에 투자하는 펀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대신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이 새로운 소비 중심지로 떠오르면서다. 실제로 중국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중국에서 가처분 소득 1만달러를 웃도는 가구수가 몇년 안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올해 가장 성과가 좋은 ‘하이차이나인프라-컨슈머’는 연초이후 19.6%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17.8%)‘삼성차이나컨슈머’(14.9%)와 가 뒤를 잇고 있다.
‘하이차이나인프라-컨슈머’는 다양한 중국 펀드의 운용을 통하여 이미 노하우가 축적된 INVESCO 홍콩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했다.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의 운용을 담당하는 레이몬드 마(Raymond Ma) 매니저는 “지난 12개월 동안은 중국 반부패 운동으로 인해 소비재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압박을 받으면서 관련주가 소외된 적도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 경제와 소비 추세는 올해 2분기 말, 3분기 초에는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앞으로 3~5년이 지나도 시장수익률을 상회할 만한 종목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내에서 판매되는 4개 럭셔리(luxury) 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8.4%로 일반 소비재 펀드 평균인 8.9%와 큰 차이가 없어 겨우 체면을 차렸다.‘한국투자럭셔리’수익률이 9.4%로 가장 높았으며,‘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6.7%) ‘키움Global Luxury’(6.8
중국 정부가 과소비 척결 등을 내세우며 사치품 소비를 억제한 것이 리스크로 부각돼왔지만, 거대 소비국인 중국에서 명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명품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 라는 말처럼 럭셔리 펀드는 경기 방어주로서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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