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별관(하나금융지주 본사 건물) 길 건너편으로 하나금융그룹이 통합작업을 벌이고 있는 외환은행 본점 건물이 들어서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통합은행 이름에 피인수은행인 외환은행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김재훈 기자] |
물론 2012년 2월에 사인한 '2·17 합의서' 1조 1항에도 '한국외환은행 법인 명칭을 유지 및 사용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1조 2항에 '5년 경과 후 상호 합의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둔 반면, 수정안은 사실상 외환 브랜드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통합은행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며 "외부 전문기관 심의와 하나·외환은행 직원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는 'KEB하나은행'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이 중복되더라도 조기통합 후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의미가 크다.
최근 KB국민은행이 5년 만에 5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하는 등 은행권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건 그만큼 조기 통합에 대한 절실함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올해 안으로 하나·외환은행 통합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문구를 수정안에 넣고 싶어한다.
2012년 2월 17일 만들어진 2·17 합의서에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후 별도 독립법인으로 존속되며, 5년 경과 후 상호 합의를 통해 하나은행과의 합병 등을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행 합의서대로라면 2017년 2월에 합친다는 것도 아니고, 그 시점부터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작년 7월부터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5년간 독립법인 유지' 내용에 발목이 잡히며 제대로 된 노사 대화조차 하질 못했다.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인 데 비해 하나은행은 7300만원으로 더 낮다. 조기 통합을 위해 하나은행 직원이 한동안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그 밖에 하나금융은 조기통합으로 발생한 시너지 효과 중 일정 부분을 일시·장기보상 형태로 직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직원 개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직원 연수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강화할 방침"이라며 "다른 시중은행 대비 최고 수준의 성과공유가 가능한 이익배분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내줄 수 있는 건 모두 다 내주겠다는 경영진 제안에도 외환은행 노조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 경영진이 좀 더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현재 통합 절차가 중단된 상황인 만큼 외환 노조가 시간끌기만 계속하고 있다는
지난달 20일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 경영진에 2·17 합의서 수정안 제시를 전격 요구하면서, 은행 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한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수정안에 담길 내용을 놓고 양측은 5차례에 걸쳐 대화를 했으나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유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