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이를 두고 구조조정 업무에 대한 금융감독원 역할과 한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법원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전 부원장보 행위가 월권인지 정상적인 업무인지를 두고 법정에서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보가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있던 성완종 전 회장 요청을 받고 채권은행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예금으로 운영되는 채권은행 자금을 부실기업에 퍼줘 결과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판단해 김 전 부원장보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보 측은 "금감원의 정상적인 구조조정 업무의 일환"이라며 이 같은 혐의를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김 전 부원장보가) 대가성 금품을 받은 정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조정 업무 특성상 유무죄 여부를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감원 업무 범위 혼란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이 지적했듯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워크아웃은 채권단 자율 원칙으로 운영되며 금감원이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신속하게 살린다는 명분으로 금융당국은 회생 가능한 기업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유도해왔다. 기업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모든 채권이 동결돼 다수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국가 경제 차원에서 부작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건설, 해운 등 한계 업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복되는 '정치금융' 악순환을 끊으려면 구조조정 당국과 구조조정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권은행들은 구조조정 업무와 무관하게 금감원의 상시적인 감시를 받고 있는 데다 금융위,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행정부처와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정치권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 채권은행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시어머니가 각각 금융위원회와 기재부(대외경제국)로 다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부처별 역할과 책임이 모호한 구조조정 업무 체계를 재정비하고, 행정부처와 기능 중복으로 '옥상옥' 논란이 일고 있는 금감원 기업구조개선국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 등
[정석우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