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신용융자 잔고가 올들어 5개월여 만에 50% 이상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코스닥 시장 신용융자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투자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신용융자잔고는 7조 6463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5조원대 초반에 머물던 것과 비교할 때 51%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코스닥 시장 신용융자 잔고는 사상 처음으로 4조원(4조 15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2조 5000억원대에 불과했다. 과거 국내 증시 활황기였던 지난 2007년에도 신용융자 잔고가 7조원대를 넘어선 적은 있지만 코스닥 신용잔고는 2조 3000억원대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가총액이 143조에서 192조로 34% 늘어나는 동안 신용융자 잔액은 2조 5000억원대에서 4조원으로 60%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1336조원으로 코스닥(192조원)의 7배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가 유가증권시장 신용잔고보다 많은 것은 ‘이상과열’이라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용공여 잔고를 보면 코스닥 시장에서 과도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이슈성, 테마성 종목에 투기성으로 신용거래 자금이 몰리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과도한 코스닥 신용잔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당초 가격제한폭 시행이 신용거래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제도 시행이 다가와도 신용잔고가 지속적으로 높아지자 일부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가격제한폭 제도 시행을 앞두고 막바지 신용거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변동성이 하루 60%로 확대됨에 신용거래에 대해 일정 부분 이상 손실이났을 때 주식을 되파는 반대매매에 따른 손실폭이 커지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증권사마다 반대매매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시가 폭락할 경우 담보유지비율이 100% 미만의 일명 ′깡통계좌′가 속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종목 중 대형주에 비해 신용잔고 비중이 높고 거래대금이 낮은 종목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높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신용잔고 지율이 높은 종목은 레드로버(10.70%), 산성앨엔에스(10.20%), 에스티아이(9.93%), 에스텍파마(9.72%), 한국사이버결제(9.08%), 아가방컴퍼니(8.94%) 등이다.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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