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분석 / 장외시장 K-OTC BB ◆
지난달 27일 첫 거래를 시작한 K-OTC BB에서 거래 가능한 종목은 198개(이하 22일 기준)로 첫날(75개)에 비해 2.6배 늘었다. 투자자가 원하는 거래 종목을 증권사에 요청하면 거래가 이뤄지는 K-OTC BB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개설 한 달 만에 거래 대상 종목이 2배 이상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증거다.
26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호가가 게시된 종목은 91개다. 호가 건수는 247건으로 개설 첫날(91건)보다 2.7배 늘었다. 지난 한 달간 거래가 형성된 종목은 총 26개로 누적거래대금은 14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거래종목은 7개, 거래대금은 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김정수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은 "시장 초기인 점을 감안할 때 거래 동향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증권사 중개를 통해 안정적으로 결제되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와 달리 K-OTC BB는 증권사를 거쳐 1대1 상대매매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증권사에 특정회사 주식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면 이 증권사가 투자자를 대신해 K-OTC BB에 주문을 낸다. 그러면 또 다른 투자자가 매도물량 게시 내역을 보고 증권사에 주식 매수 주문을 낸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을 대신해 해당 주문의 거래 조건을 협의한 뒤 조건이 맞으면 주식과 대금을 서로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지난 한 달 동안 K-OTC BB에서 주식 거래가 가장 많이 체결된 종목은 선바이오로 2억7900만원을 기록했다. 그 다음은 현대엠엔소프트(2억4300만원), 리딩투자증권(1억4700만원), 시큐아이(1억3100만원), 경남기업(1억17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체결 종목(26개) 가운데 체결 상위 5개 종목의 거래대금이 전체 거래대금의 63.3%를 차지했다.
K-OTC BB를 운영하는 금융투자협회는 향후 거래대상을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 유한책임투자자(LP)의 지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주식예탁증서(DR)나 워런트, 크라우드펀딩의 소액 지분 등 시장 유통 수요가 발생하는 모든 상품을 거래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김정수 부장은 "앞으로 크라우드펀딩 소액 출자자 지분이 유통되는 채널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상장이 어려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원활한 자금 공급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위탁매매 중심의 구조도 향후 증권사들이 자기매매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K-OTC BB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는 골든브릿지증권 대신증권 리딩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HMC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 7곳이다. 이 중 메리츠종금증권은 고객 주문 위탁 없이 자기매매(딜링)만 참여하고 있다. 다음달 하이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새로 참여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투자자 주문이 매매체결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체결되는 코스피·코스닥과는 달리 증권사의 브로커 역할이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향후 시장 규모가 커지면 이 역할에 특화된 증권사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에 주의도 필요하다. K-OTC BB에서 거래되는 종목들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적어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주식을 처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아가 K-OTC BB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심사를 거친 것이 아니
장외주식인 만큼 양도소득세도 부과된다. 코스피·코스닥의 경우 소액주주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K-OTC BB에서는 중소기업의 경우 차익의 11%를, 그 이외 기업은 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강다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