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다는 소식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주로 떠올랐다. 증권사들은 제일모직을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로 지목하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HMC투자증권은 27일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4000원에서 28만3000원으로 대폭 올렸고, 한국투자증권은 20만원에서 25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NH투자증권은 18만원에서 23만원, 하나대투증권은 18만2000원에서 24만원, 현대증권은 22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리는 등 목표주가 조정이 잇따랐다.
이날 제일모직의 종가 19만500원을 감안하면 최소 20%에서 최대 48% 이상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법인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가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가진 삼성물산이 결합한다는 점에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병인은 제일모직의 지배역할을 승계함과 동시에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삼성 계열사의 지분까지 소유하게 돼 삼성그룹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분석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합병이 성사되고 나면 제일모직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변화하게 된다”며 “본격적인 지배구조 정리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합병 이후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지배를 위한 지주사 전환 등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삼성전자홀딩스(가칭)를 합병법인과 합쳐 지주사를 출범하는 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더욱 부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합병법인의 주가가 오를수록 삼성전자홀딩스와의 최종 합병시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봤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도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지분 이동이 발생할 때마다 그룹 지주회사 역할에 대한 기대감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법인의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합병법인이 삼성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부문을 품었다는 기대감도 크다. 합병이 완료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51.2%)에 등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10년 비전 2020 발표를 통해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제약 부문에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법인의 바이오부문은 공장 가동과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 등에 힘입어 매출 증가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며 “기업가치 상승과 동시에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부문에서의 성장성 부각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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