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자산가 김 씨는 최근 시중은행에 묶어둔 2억원을 인출해 증권사 지점 프라이빗 뱅커(PB)가 운용하는 맞춤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으로 옮겼다. 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진데다 주식·펀드 등 금융상품들은 리스크가 커 안정성을 추구하는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활황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개인 자산가들이 지점운용형 랩에 몰리고 있다. 재무설계, 펀드매니저 등 자격을 갖춘 지점 PB와 1:1 상담을 통해 투자성향에 따른 개별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고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다.
29일 매일경제가 삼성, 미래에셋, 하나대투, 한화, NH투자증권 등 지점운용형 랩 잔고 상위 5개 증권사의 잔고 증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연초 약 2조원(2조867억원) 수준이던 잔고가 4개월 만에 1조원 이상 늘어난 3조1176억원으로 집계됐다. 1억 이상 거액자산가만 8만 여명이 넘는 삼성증권은 잔고가 같은기간 3000억원에서 1조400억원까지 급증했으며 미래에셋증권도 4개월간 약 1000억원 이상이 유입되며 1조4794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밖에도 하나대투증권과 한화증권이 각각 7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조4000억원이던 국내 증권사(전체)들의 지점형 랩어카운트 잔고는 지난 2월말 2조6730억원으로 약 2730억원이 늘었다.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5개 증권사들의 잔고가 3, 4월에도 꾸준히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지점운용형랩 잔고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최소가입금액이 천만원 단위인 랩어카운트에 자산가들의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맞춤형 금융상품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증권사 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점운용형 랩이 집합운용을 하는 펀드와 달리 고객별 맞춤형으로 운용되고 있어 변동성 확대로 개별 종목이나 업종별 수익편차가 커진 국내 주식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증권의 ‘POP UMA’나 NH투자증권의 ‘PB인베스터랩’의 경우 하나의 랩 계좌 안에서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머니마켓랩(MMW) 등에 다양하게 분산투자하는 종합자산관리 시스템으로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투자전문인력에 운용 권한 일체를 맡기는 자문형랩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 것도 지점운용형 랩의 인기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중 자문형랩 잔고는 1조58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감소했다.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을 중심으로 자문형 랩 바람이 일었던 지난 2012년 초(5조5600억원) 대비 4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거래비용도 지점운용형 랩의 매력으로 꼽힌다. 랩 상품은 일반적으로 기본 수수료만 낼 뿐 직접 주식투차처럼 거래수수료를 따로 내지 않는다. 주식형 랩의 경우 투자자는 성향에 따라 운용주체인 PB의 보수체계를 성과보수제로 채택해 PB들의 수익률 제고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문진철 삼성증권 랩운용부 차장은 “맞춤형 자산관리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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