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주가가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현대차가 코스피 시장에서 굳건히 지키던 시가총액 2위 자리에서도 밀려 3위로 내려앉는 등 계열사 전반적으로 주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엔저 등의 영향으로 현대차그룹 주가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앞으로의 주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15만6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중에서 2월12일(15만5000원·종가 기준) 이후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이다. 문제는 3월과 4월에 잠시 주가가 오르는 듯 하다가 지난달 24일(17만7500원)을 정점으로 다시 떨어지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차 주가는 월간 기준으로 3월과 4월 각각 4.98%, 0.3% 오르다가 이달 들어서 7.69%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기아차는 28일 4만7500원에 거래되며 이달 들어서만 4.23% 밀렸다. 지난달 초부터 주가가 상승세를 타 5월 초에 5만2000원선까지 올랐지만 다시 밀리기 시작했다. 현대위아도 지난달 28일에 16만2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다시 14만3000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모비스는 아예 22만6500원까지 내려오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지배구조 관련 종목 열풍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30만원대를 넘어섰던 연초 수준까진 회복을 못한 상태다.
현대차그룹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18.1%, 30.5% 감소했다. 모두 금융투자업계의 예상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어느 정도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며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업종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등이 최근 주가 하락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이나 지엠(GM) 등이 중국 시장에서 제품단가를 내리면서 현대차그룹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임금협상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파업 등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미친 듯 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현대차그룹 실적이 2분기부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조9620억원, 6942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실적 감소폭이 6%, 9%로 두자릿수가 넘던 예전 분기보다 크게 작아졌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가 되면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2공장·인도 3공장 증설 기대감과 신차 효과, 올해부터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간배당 등 주가에 호재가 될 만한 요소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예전과 같은 급상승 흐름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수년간의 구조조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고태봉 연구원은 “현대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른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위기를 맞는 사이 급성장했다”며 “글로벌 메이커가 시장에 속속 돌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환경까지 현대차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부활징조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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