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사업자 김모씨(45)는 급전이 필요하던 차에 불법 대부업체의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캐피탈사를 통해 할부로 차량을 구매하기만 하면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A캐피탈사 신차론(loan)을 이용해 2700만원짜리 소나타를 48개월 할부로 인도받았다. 대부업체는 차량 명의를 유령회사로 옮기고 고금리로 1000만원을 김씨에게 빌려줬다. 이후 사업이 망한 김씨는 할부금을 갚지 못하자 잠적했다. A사는 차량 회수에 나섰지만 차는 이미 대부업체를 통해 밀수출된 후였다. A사는 결국 차량가액을 고스란히 비용 손실로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캐피탈업계가 대포차를 이용한 ‘구조화 사기’ 근절에 나섰다. 구조화 사기란 자동차 할부금융 제도를 악용한 금융사기 범죄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고 캐피탈업계는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캐피탈사인 현대캐피탈은 구조화 사기로 매년 400억~500억원 수준의 손실을 보고 있다. 캐피탈업계는 구조화 사기에 따른 업계 전체적인 누적피해는 약 1000억원에 차량 1만대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캐피탈업계는 ‘대포차 방지 특별법(가칭)’ 제정을 위해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국회에 입법을 청원 중이다. 특별법의 핵심은 캐피탈사가 대포차로 팔린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 ‘점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고객이 신차론·리스 등으로 구입한 차량을 불법 대부업체 등에게 팔아치워도 캐피탈사가 해당 차량을 회수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해당 차량이 이미 팔린 상황에서 실제 차량 소유자가 ‘점유권’을 주장하면 캐피탈사가 채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캐피탈 업계는 할부 계약때 근저당권이 설정된 차량에 대해 캐피탈사가 점유권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고객에게 접근해 차량 구입을 부추긴 불법대부업체·밀매 브로커 등에 대한 처벌 규정도 포함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구조화 사기 근절을 위해 업계 차원에서 뜻을 모아 국회에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조만간 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구조화 사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3월 사기범죄대응(Anti-Fraud)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34명으로 구성된 대응팀은 차량 268대를 매집하고 53억원 규모의 피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구조화 사기가 발생하면 캐피탈사 입장에서 일일이 해당 고객에 대해 조사하고 법적 조치까지 취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든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기가 근절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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