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3개와 거실이 전면에 배치된 4베이. 판상형이라 햇빛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한다. 주방 팬트리와 욕실 드레스룸, 창 밖에 테라스까지 갖췄다. 아파트처럼 들리지만 오피스텔 얘기다.
전세물량 부족이 계속되고 2~3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자 서울 외곽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비슷한 오피스텔인 ‘아파텔’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들어 주상복합용지에 짓는 아파텔이 잇달아 높은 경쟁률로 완판되고 있다.
지난 3월 신영이 용인 기흥역세권에서 분양한 ‘기흥역 지웰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아파트처럼 전용면적 84㎡로만 설계됐다. 전체 162실 모집에 363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은 22.4대1에 달했다. 일주일도 안돼 다 팔렸다. 앞서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도 방 3개인 전용면적 77㎡는 30실 모집에 2만4000여명이 신청해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이 공개된 2012년 이후 최고치인 800대1을 찍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20평대 아파트 전세는 씨가 말랐다”며 “전세난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파트처럼 생활이 가능하면서 단지 내 편의시설을 잘 갖춘 아파텔을 소형 아파트 대용으로 찾는 수요가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 2~3개를 넣은 아파텔은 공간 구조만 보면 중소형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서비스면적으로 제공되는 발코니가 없어 전용면적 84㎡는 발코니를 확장한 아파트 전용면적 59㎡과 실제 사용 면적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분양가는 아파텔 전용면적 84㎡의 경우 주변 아파트 전용면적 59㎡ 시세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아파텔은 전세난이 한창 심했던 200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주택 경기 침체로 분양 시장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다 최근 저금리 기조와 전세난이 겹치자 건설사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대우건설이 다음달 용인 기흥역세권에서 공급하는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아파텔로 설계된다. 전용면적 84㎡는 방3개와 거실, 욕실 2개까지 갖춰 사실상 실거주에 적합한 아파트나 다름없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강남은 원룸이 잘 팔리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방 2개 이상인 아파텔이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에게도 인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GS건설도 경기 부천 옥길지구에서 아파트를 빼닮은 ‘부천 옥길자이’오피스텔을 내놓는다. 전용면적 79㎡B타입은 아파트의 전유물인 ‘3룸 4베이’로 설계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 등 젊은 수요층이 두터운 지역”이라며 “신혼집이나 생애 첫 집으로 아파트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요자를 위해 아파트급 설계지만 가격 문턱을 낮춘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원룸 오피스텔과 중소형 아파트의 틈새를 파고든 아파텔은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피데스 개발 등 디벨로퍼도 아파텔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이 공급 과잉이 염려되는 가운데 원룸과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아파텔은 상품 희소성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수요자 관점에서 아파텔은 전용률(계약 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이 아파트에 비해 낮고 관리비는 상업시설이 공용면적이 많다보니 비싸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59㎡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100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한 아파텔의 연간 수익률은 4%대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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