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에 메르스라는 돌발 악재를 만난 코스피가 사흘째 하락하면서 2060선까지 밀렸다. 장중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장 막바지에 기관이 대량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5.48포인트(0.74%) 내린 2083.3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보합권에서 상승폭을 키우며 오전 11시30분경 2087.95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주를 중심으로 기관 매물이 출회하면서 지수는 오후 1시 10분경 하락으로 전환했고 빠르게 낙폭이 확대됐다.
전날 코스피는 1.13% 급락하면서 2070선까지 밀렸다. 엔저 우려가 5월 판매 부진으로 현실화된 자동차주가 급락했고 여행, 소비재, 운송 등의 업종이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일부터 단 3일간 코스피는 2102.37에서 40포인트나 빠졌다.
수출·내수 동반 부진, 엔저, 메르스 등의 변수 뿐만 아니라 3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와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대외 이벤트도 대기 중이어서 본격적인 회복세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5월 수출입 규모가 5개월 연속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수출 대형주 중심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메르스도 내수주 전반의 투자심리에 영향력을 가하고 있어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메르스 테마에 최근 급등했던 의약품 업종이 차익 실현 매물 탓에 5.03% 급락했다. 또 보험, 전기전자 등도 2%대 약세를 보였다. 반면 화학, 의료정밀, 기계업종은 오름세를 보였다.
매매주체별로는 개인과 기관이 887억원, 738억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1549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최근 15거래일 가운데 13거래일을 ‘사자’로 일관하면서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반면 기관 투자자는 6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302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은 줄줄이 약세로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과 현대모비스만 상승했다. 전날 10.36% 급락한 현대차는 이날도 2.07% 떨어졌다. 현대차는 장중 4.69%까지 빠지면서 시가총액 4위까지 밀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127만3000원(-2.30%)으로 연중 신저가를 경신했다. 삼성생명, 삼성에스디에서는 4%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는 8개 상한가 종목을 포함해 314개 종목이 올랐고 10개 하한가를 포함해 488개 종목이 떨어졌다.
대형주의 부진 속에서도 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각각 3.54%, 1.72% 상승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던 메르스 관련 백신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진원생명과학과 한올바이오파마가 하한가로 마감했고 코스닥 시장에서 진양제약도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반면 메르스 공포로 최근 약세를 보였던 대표 여행주 하나투어(1.77%)와 모두투어(6.20%)는 나란히 반등에 성공했다. 보해양조는 유철근 대표 이사가 지분 전량을 털어냈다는 소식에 한때
코스닥은 전일 대비 7.80포인트(1.11%) 오른 696.97에 마감했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017년 대선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에 써니전자, 다믈멀티미디어, 안랩 등 안철수 테마주가 일제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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