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생산 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은 반대로 지난달 20일부터 본격 상승해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9740원이던 주가가 2만28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백신 개발에 길게는 10년 이상 걸려 초기 개발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분석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이날 하한가로 직행했다.
메르스 확산 공포가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면서 관련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확진 환자가 나온 지난달 20일부터 2주 동안 관련 종목을 분석한 결과 중국 관광객과 연관된 화장품 여행 항공 면세점 카지노 레저업종은 10% 이상씩 하락했다. 반면 메르스 발생 이후 상한가 행진을 벌이던 백신·제약주는 '묻지마 투자' 우려로 이날 일제히 급락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당분간 관련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주의보도 나오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면서 여행주와 화장품주들이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다. 하나투어는 13만5500원대에서 추락해 이날 1.77% 반등에 성공했음에도 주가는 2주 전보다 15%나 하락했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 한국의 여행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4.9% 급감한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아모레퍼시픽뿐만 아니라 다른 화장품주도 마찬가지다. 이날 깜짝 반등에 성공했지만, 2주 동안 한국콜마는 9만8700원에서 8만9100원까지 떨어졌고 한국화장품도 1만8050원에서 1만4150원으로 하락했다. 산성앨엔에스(-15%), LG생활건강(-13 %)도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게 되면서 백화점 등 유통주와 극장, 카지노주들도 큰 영향을 받았다. 신세계(-10.88%), 롯데쇼핑(-10.49%), GKL(-10.21%), CJ CGV(-7.5%)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백신주와 제약주, 마스크·손세정제 제조업체 주가는 메르스 발병 이후 급등세를 탔다. 그러나 환자 발생 이후 연일 상한가 행진을 벌이던 백신주와 제약주는 이날 일제히 하한가로 돌아서면서 투자 유의 종목으로 떠올랐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달 20일 이후 지난 2일까지 134.09%나 올랐다. 하지만 3일엔 장 초반부터 매물이 쏟아지더니 하한가로 돌변했다. 중앙백신, 제일바이오, 현대약품 등도 이날 하한가로 돌아섰지만 2주간 따져보면 20~80% 이상씩 큰 폭으로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백신과 치료제가 현재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관련 종목들이 그동안 수혜 기대감에 급등세를 보였지만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스크와 손세정제 판매업체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메르스 감염을 피하려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마스크 판매업체인 케이엠은 지난달 20일 4985원이었던 주가가 계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날 8860원까지 77.73% 뛰었다. 오공(89.51%), 케이피엠테크(66.06%) 등 다른 마스크 관련주와 손세정제를 만드는 파루(81.70%) 등도 같은 기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제 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메르스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잠복기를 감안해 1~2주가 고비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메르스와 같은 전염성이 높은 질병에 대한 과거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장기적으로는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03년 2분기 사스의 직격탄을 맞은 홍콩의 경우 바로 다음 분기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단기적 여파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 2009년 신종플루 때는 그해 5월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나왔지만 하반기 증시는 상승세였다"며 "메르
그러나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확산이 오히려 심화될 경우 코스피는 2003년 홍콩과 증국 증시가 사스 충격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6% 이상 하락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풀지 말 것을 경고했다.
[전병득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