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엘리엇, 삼성물산 공습 ◆
과거와 다른 점은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2003년 4월 소버린은 지분 14.99%를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라서며 SK그룹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당시 SK그룹은 SK글로벌 분식회계 문제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주가도 하락한 시점이다. 2003년 4월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2005년 6월 매각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경영진 교체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2006년 2월 칼 아이컨과 스틸파트너스는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계열사와 부동산 처분, 자사주 매입 등의 주가부양책을 요구했다.
반면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이라는 한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수·합병(M&A) 담당 상무는 "표면적인 명분으로 봤을 때 소버린과 칼 아이컨은 경영권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반면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합병을 무산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명분과 임팩트가 과거 사례와 비교해 약하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을 경우 합병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명분과 투자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단기적인 투자수익을 노린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또는 벌처펀드로 꼽히는 엘리엇이 당시 SK, KT&G와 같이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인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해 영향력
또 다른 M&A 담당 임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시장 참여자들이 요구해왔던 것이 아니며 사실상 삼성그룹의 후계구도와 관련이 깊다"며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됐고 합병 조건이 불합리하다는 엘리엇의 주장이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