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미래에셋생명의 공모가 밴드(범위)가 결정되면서 울상을 짓는 이들이 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유상증자 당시 회사의 주식을 떠안은 이 회사 직원들이다. 미래에셋생명의 공모가가 7~8년 전 유상증자 발행가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경영진에게 지급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마찬가지다. 수년간 기다렸던 회사의 상장이 가시화됐지만 실망스러운 공모가 결정 가능성에 이제는 주가가 오르기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수요예측을 실시해 최종 공모가를 산출할 예정이다. 현재 주당 공모희망가는 8200원에서 1만원 사이다.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8일이다.
문제는 이 회사 주식을 들고 있는 직원, 지점장, 설계사, 보험대리점(GA)들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08년 1250만주, 주당 1만2000원 총 1500억원 규모의 주주 우선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154만주, 185억원 어치를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배정했다. 당시 이 회사의 직원수는 1500여명 규모로, 1인당 1160만원 정도의 회사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전국의 지점장들과 GA도 증자에 참여했다. 236명의 지점장과 28곳의 GA가 196만주의 실권주를 받았다. 금액으로는 236억원 어치다. 지점장 중에서 많게는 5억원에 육박하는 회사 주식을 떠안은 이들도 있었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이 극심하던 시기로 당시 종합주가지수(KOSPI)는 1200선이었다.
직전해인 2007년에도 미래에셋생명은 주당 1만2000원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에도 우리사주조합이 200억원 어치의 회사 주식을 떠안았고 설계사들도 625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7~8년이 흘러 마침내 회사가 상장하게 됐지만 상장 공모가는 최대 1만원으로 주당 2000원의 손실이 나는 상황이다. 2008년 평균인 1160만원 정도의 주식을 받은 직원을 기준으로 하면 평가 손실이 193만원 가량 된다. 4만주, 4억8000만원의 주식을 떠안은 미래에셋생명 지점장의 경우 최종 공모가가 공모가 밴드 최상단에서 결정되더라도 총 8000만원의 평가 손실을 입게 된다. 만약 이 돈을 3%짜리 정기 예금에 넣었더라면 8년 동안 이자가 1억1150만원이다.
한때 이들도 대박의 꿈에 부풀었던 시기가 있었다. 지난 2011년 이상걸 미래에셋생명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7월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희망 공모가를 1만6500원에서 1만7000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약속이 현실화됐다면 1200만원 어치의 회사 주식을 받은 직원은 4~5년 만에 500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 탓에 상장이 3년 가량 미뤄졌고 공모가도 절반 가까이 낮아진 것이다.
경영진의 스톡옵션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2012년 미래에셋생명은 최현만 수석부회장, 하만덕 사장 등 회사 임원 13명에게 총 165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이 스톡옵션의 행사가는 1만7000원으로 공모가 밴드 최상단보다 70%나 높은 가격이다. 올해 초 미래에셋생명은 회사 임원 31명에게 544만주의 스톡옵션을 또 지급했는데 행사가는 1만4300원으로 다소 낮춰졌다.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이나 경영진은 상장 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하 이슈로 보험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무리한 공모가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싸보이지도 않는다. 상장 후에도 우선주 물량 부담, 건전성 이슈 등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방향성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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