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사업 성패에 회사 명운이 달렸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같은 대형 건설사 얘기가 아니다. 대우건설을 빼면 대형사 주택공급은 점점 줄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외에 수도권에서 대형사 사업장을 찾기 어렵다. 반면 최근 지방에서 성장한 중견사들의 수도권 입성 경쟁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지방 업체들의 잇단 진출로 수도권 신규 택지는 나오기 무섭기 팔려나가고 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남과 호남에 뿌리를 둔 지역 건설사들이 동탄, 광교, 부천 옥길, 고양 삼송 등 수도권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 브랜드라는 한계를 뛰어넘고 궁극적으로 서울 입성을 겨냥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건설·동원개발·화성개발·동일 등 영남 건설사와 호뱐건설·중흥건설·우미건설·한양 등 호남 건설사가 수도권 각 사업장에서 영호남 대결을 벌이는 모습이 흥미롭다.
호남 업체들은 대부분 광주를 기반으로 하고 영남은 대구 업체인 화성개발을 빼면 부산을 근거지로 한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영호남 업체들은 주로 서울 외곽 공공택지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들 8개 업체가 올 하반기 수도권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물량은 2만여 가구에 이른다. 화성개발 관계자는 “본거지인 대구에서 사업을 하려고 해도 재건축·재개발을 빼면 땅 확보가 쉽지 않다”며 “수도권이지만 저평가돼 있던 고양 삼송, 파주 운정, 영종 하늘도시 등에서 공공택지를 확보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2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동원개발도 수도권 사업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올해만 동탄2신도시와 용인 역북동,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에 2000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추현식 동원개발 주택사업본부장은 “올해의 경우 부산과 수도권 사업 비중이 5대5로 균형을 이룬다”며 “부산, 대구 등 지방에서 시작된 분양시장 열기가 수도권까지 확산되고 있어 지난해 보다 올해 수도권 공급 물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호남 중견 건설사들은 영남 업체들보다 수도권에 먼저 상륙했다. 여세를 몰아 호반과 중흥, 우미 등은 올해 수도권 공공택지에 1만 가구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수도권 사업을 하게 되면 지역 브랜드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며 “기대를 크게 모으고 있는 광교신도시 C2블록 중흥S-클래스는 8월에 분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호남 중견사들이 수도권 사업을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은 공공택지 확보가 대형사보다 쉽기 때문이다.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는 최고가가 아니라 추첨으로 낙찰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계열사를 몇 개씩 동원하는 중견사들에게 유리하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자체 사업을 하기 위해 땅을 매입하려면 내부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의사결정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중견사들은 오너가 바로 바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수도권 땅 확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말했다.
지역 건설사들의 전국구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과거 청구, 우방 등 대구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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