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에너지부문 알짜 계열사 SK루브리컨츠를 매각하는 ‘초강수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와 함께 그룹내 3대 핵심 사업분야인 에너지 부분이 최근 수년간 글로벌 업황 부진,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크게 고전하고 있는데 따른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SK최태원 그룹 회장의 경영 부재가 2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룹 전체에 팽배해 있는 ‘위기 의식’도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SK는 당초 올 하반기 SK루브리컨츠를 상장시켜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투자자금 확보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제값을 받을 수 있을때 회사를 파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 아래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격 선회했다. 매각 상대방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로 매각가는 2조원대 중후반이 될 전망이다. SK그룹과 MBK는 이번주내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막판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1995년 도입한 국내 최초의 윤활유 브랜드인 지크로 잘 알려진 윤활유 및 윤활기유 전문회사로 종업원은 계약직 포함 306명이고 울산(1~3공장),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작년말 스페인 카르타헤나에 준공한 윤활기유 공장이 상업생산을 시작하면서 SK루브리컨츠는 연산 350만톤의 윤활기유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고 엑손모빌, 쉘에 이어 이 부분 세계 3대 제조업체로 부상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고부가 윤활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SK루브리컨츠는 최근 윤활유 브랜드인 지크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알짜 회사로 평가받던 SK루브리컨츠 매각은 지분 100%를 보유중인 중간지주회사이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사업전망이 매우 불투명한데 따른 사업 구조조종의 일환이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비핵심 자산은 매각하고 핵심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루브리컨츠는 매년 1000~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꾸준하게 기록중이고 시장가치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내 에너지사업 부문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도 단숨에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약 8조원에 달하는 순차입금 규모를 올해 연말까지 6조원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우고 비핵심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들어서도 페루 천연가스 수송법인 지분(11.19%) 매각을 통해 2780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포항 물류센터 매각, 일본 타이요오일 지분매각 등 에너지사업 분야의 자산매각을 통해 현금 자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SK인천석유화학이 보유중인 유휴부지와 인천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부문 계열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특별퇴직을 실시한데 이어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일부 사업을 대상으로 한 조직 슬림화도 병행해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1위 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고 영업손실 2312억원, 당기순손실 5372억원을 기록하며 37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유가 하향 안정세로 정제마진이 회복된데 힘입어 올해 1분기 32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정철길 사장은 “중국과 유럽 시장의 저성장에 따른 수요 감소, 셰일오일 혁명과 글로벌 설비 증설에 따른
[채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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