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전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린데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으로선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했다.
코스피는 6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의 영향으로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쏟아져 강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고, 국고채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화 대비 원화값도 사실상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뜨겁지 못한 것은 배경이 뭘까. 전문가들은 이날 금융시장에서 미약한 반응을 보인 것은 기준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예상돼 시장에 미리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5.29포인트(0.26%) 오른 2056.61에 마감했다. 장을 시작하자마자 2065.07까지 오르며 강한 상승탄력을 보여줬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세가 꺾였다.
지수 상승이 제한된 이유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로 강한 매도세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프로그램은 차익거래가 509억원, 비차익거래가 1186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그 결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1600억원, 기관이 900억원을 내다팔았다.
업종별로 따지면 그동안 ‘금리인하 수혜주’로 분류되던 증권(-2.23%) 건설(-0.68%) 등이 오히려 떨어진 점이 눈에 띈다. 반대로 은행(0.08%) 보험(1.66%) 등 전통적인 ‘피해주‘들은 상승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선 한 차례 정도 금리가 더 내려간다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상태였다”며 “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가기 힘들다는 예상 때문에 메르스·미국 FOMC회의 등 이슈에 더 관심이 몰린 듯 하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증권·건설이 떨어지고, 보험이 오른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향을 잃고 혼조세를 보이던 채권 금리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발표된 후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3%포인트(2.3bp) 오른 1.796%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인하 가능성이 줄어든 것도 시장에서 금리가 오히려 오른 이유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사태로 내수 위축이 장기화되면 추가 인하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통화정책보다는 추경과 같은 재정정책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올해는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다가 내년 상반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한국에서도 금리 인상이 논의될 수 있다.
앞으로 국내 채권시장은 미국 독일 등 세계 주요국의 금리 흐름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독일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시중금리 급등에 국내 시장도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아왔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마지막 금리인하로 판단할 경우 시장금리가 금리인하 직후 상승 전환하는 패턴을 보였다”며 “이제는 글로벌 채권금리와 동조화 현상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0.6원 내린 1108.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이 전날보다 2.8원 내린 1111.0원에 개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날 기준금리 인하 발표에 따라 오히려 원화가 강세를 보인 거나 마찬가지다.
유한종 KB국민은행 트레이딩부 팀장은 “금리인하 효과만 보면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며 “외환시장 개장 당시 역외환율을 반영해서 원화값이 하락한 채로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금리인하 이후에는 오히려 원화강세가 나타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금리가 인하하면 해당 통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시각이 있지만 6월초부터 경기침체 우려와 최근 메르스 사태로 금리가 인하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이에 따른 달러 매수 심리로 원화값이 하락했지만 금리 인하로 달러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다시 시장에 달러를 풀어버리
[손동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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