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6월 10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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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신약의 두 얼굴?'
과거 행동주의 펀드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주주 일가에 유리한 합병안을 통과시켰던 일성신약이 이번엔 행동주의 펀드편에 설 것으로 관측돼 눈길을 끈다. 엘리엇측 손을 들어줄 경우 2010년 당사 합병 때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간 표 대결을 앞두고 삼성물산 지분 2.05%를 보유한 주주인 일성신약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일성신약이 엘리엇측과 연대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측이 이미 일성신약을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성신약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삼성물산 지분 평가액은 8일 종가(7만500원) 기준 2327억원으로 이날 시가총액 4162억원의 56%에 달한다.
그런데 막상 일성신약은 과거 대주주 경영권 강화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이력이 있어 달라진 행보가 눈에 띈다. 2010년 3월 열렸던 합병 주주총회에서 이른바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의 반대에 직면했던 바 있다. 당시 국내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장하성 펀드가 일성신약과 씨스코통상의 합병건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때도 합병하는 일성신약과 흡수합병되는 씨스코통상의 합병비율이 1 대 2.99로 최대주주 일가에 유리하도록 산정됐다는 게 쟁점이 됐다. 합병 직전에 대주주 윤병강 회장 일가가 지분 91%를 보유하던 씨스코통상 주가가 많이 올랐던 상태라 이 기업가치가 일성신약에 비해 과대평가됐다는 것. 삼성물산 주가가 저점, 제일모직 주가가 고점일 때 합병비율이 결정돼 삼성물산 주주 이익이 훼손됐다는 주장과 정확히 같은 논리다.
장하성 펀드측은 "대주주들이 합병과정에서 씨스코통상의 가치를 2~3배 더 부풀려 일성신약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며 "대주주와 자녀분들의 입장에서는 씨스코통상을 청산해서 증여세와 상속세를 해결하는 현명한 방법이지만 일성신약 일반주주들 입장에서는 손실을 입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윤 회장의 자녀 삼남매간 경영권 다툼도 치열했던 상황이라 지배권 강화 차원에서 합병을 무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반대에도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해 예정대로 합병을 완료했던 일성신약이 이번에 엘리엇 입장에 선다면 이율배반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일성신약 관계자는 "아직 반대 입장을 결정하지 않은 채 여러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며 "엘리엇측과 접촉한 적도 없다"고 밝힌 상태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