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6월 12일(18:1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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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DR(주식예탁증서)를 상장폐지 하기로 했다. DR 상장을 유지할 실익이 더 이상 없다는 판단에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제일모직은 "국내 합병절차 및 일정에 맞춰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삼성물산의 주식예탁증서를 자발적으로 상장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런던증권거래소에는 삼성물산 전체 보통주의 0.17% 가량이 주식예탁증서 형태로 상장돼 있다. 주식예탁증서란 일정수량의 보통주 또는 우선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증권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영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걸 원천봉쇄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DR 때문에 영국 법원이 합병 이슈에 대해 관할권을 가질 수 있는만큼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없애려 한다는 해석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산정방식은 국내 자본시장법(시장거래가격 기준)과 영국 등 선진국의 법령(자산가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엘리엇이 소송을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제기하는 것이 엘리엇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무관하다는 게 삼성물산과 전문가들 설명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에 흡수합병 되기 때문에 DR 상장을 유지하려면 약 0.05%의 신주를 런던 증시에 신규 상장시켜야 한다"며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상장폐지한 것일 뿐 엘리엇을 상대로 한 소송전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 기업은 DR 상장으로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자본 조달이 용이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일모직·삼성물산의 경우 더 이상 대외신인도를 높일 필요가 없고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상 DR 상장에 따른 실익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또한 DR 상장폐지가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소송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도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합병 결의가 이뤄진만큼 뒤늦게 런던 증시에 상장된 DR를 상폐한다고 해서 관할법원이나 소송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한 변호사는 "제 2의 엘리엇 사태가 나타났을 때 해외 법원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5년 5월말 기준 DR의 규모는 보통주 54만9414좌, 우선주 982좌로 미미한 수준이다. 우선주와 마찬가지로 DR도 삼성물산만 상장된 상태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