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000선을 두드리던 코스피는 불과 한달여 만에 1770선까지 밀렸다.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이른바 ‘버냉키 쇼크’다.
올해도 글로벌 증시의 최대 화두는 올 하반기에 있을 ‘옐런 쇼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자체가 이미 예고된 사항이라 ‘그 여파는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13년과 같은 흐름이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그동안 진행된 유동성 기반의 중소형주 강세장을 실적 중심의 대형주 강세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금리인상’보다 ‘경기회복’이 더 중요
증권가는 오는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금리 인상폭은 크지 않고 연속적인 인상보다는 연내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린 뒤 시장 반응을 지켜볼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나온 성명도 "노동시장이 더 개선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중기적으로 2% 목표치를 향해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 설 때 연방기금금리 목표치 인상이 적절하다고 기대한다"는 표현을 유지하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성명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분명히 대부분의 (FOMC 회의) 참가자들은 올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그동안 지속돼왔던 유동성 장세의 종료가 머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는 뜨거운 상반기를 보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이 돈을 푼 효과가 증시를 부양시키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미국부터 돈을 거둬들이는 작업에 돌입하면서 올 하반기께에는 유동성 장세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권가의 금리인상 공포는 이전보다 확연히 완화됐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상반기에 둔화된 미국 경제 탓에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2% 수준에서 2.5%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더욱 신중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도 시장 친화적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점도 금리인상의 강도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또한 상반기 부진했던 미국 경제 지표들은 3분기에 일제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미국의 경제 지표는 고용 안정, 물가 반등 등 기준금리 인상의 판단 잣대가 되는 지표들은 견조했지만 제조업 지표는 동부지역 한파, 달러화 강세 등으로 상당히 부진했다. 하반기에 제조업 지표가 다시 회복되면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보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머징 마켓의 펀더멘털은 경기선행지수 등 주요 지표에서 선진국보다 뚜렷한 우위를 보이고 있어 2013년에 비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은 2013년에 비해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 대형주 중심 장세가 돌아온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주도주의 판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 관련 화장품, 제약·바이오 등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한 차별적인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중국 판매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급등한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옮겨가는 하반기에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중소형주의 성장성보다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대형 종목들의 낮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증권가에서는 상반기 강세장 속에서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POSCO 등 대형주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년간 지지부진진한 흐름을 보였던 정유, 화학, 운송업종의 경우 유가 안정으로 최근 실적 회복이 두드러지는 만큼 턴어라운드 대형주로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정유, 화학 등의 업종은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이익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익 턴어라운드 본격화라는 관점에서 하반기에는 시장이 정유, 화학, 운송 업종의 실적 회복세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통적인 금리 인상 수혜주도 주목받고 있다. 은행, 보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은행, 보험업종은 금리인상 피해주로 꼽히면서 상반기에 비교적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은행은 금리가 오르면 예금과 대출 이자 간의 차이가 커지면서 이익이 증가한다. 보험업종의 경우 최근 금리가 하락하면서 과거 고금리 확정 상품으로 인한 역마진 우려가 크지만 반대로 금리 인상기에는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진다.
최진혁 SK증권 연구원은 “은행과 보험은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촉발될 금리 상승의 수혜업종이 될 것”이라며 “은행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벨류에이션 매력을 갖추었고 보험은
그러면서 최 연구원은 “증권은 1분기 주식시장 거래대금 폭증에 따른 성장이 두드러졌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업종이므로 불확실한 글로벌 상황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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